2009년 설날, 또 다른 새해의 벽두. 느닷없는, '아빠' 선언.
인터뷰 들어갑니다.
쭌 : 호들갑 떨 필요없을 뿐이고! 일단 캄다운 캄다운. 워워.
안 기자 : 아니, 뭣보다 '결혼'도 안한, 아니 못한 주제에, 무슨 아빠란 말인가. 결혼 소식도 없었잖은가 말이다.
쭌 : 난~ 단지 결혼 못했을 뿐이고! 애를 갖지 못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닐 뿐이고!! 결혼해야 아빠가 될 수 있단 법도 없을 뿐이고!!!
안 기자 : 아~ 짱난다. 말 돌리지 말고 속시원히 깨배라. 그렇담 이른바 '미혼부' 아니 당신 말대로라면, '비혼부'라도 됐단 말인가.
쭌 : 난~ 결혼 제도에 편입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상상도 아주 간혹 할 뿐이고! 하나의 방법을 찾았을 뿐이고!! '아빠' 앞에 단어 하나가 생략됐을 뿐이고!!!
안 기자 : 그건 또 뭔 뚱딴지 같은 소린가. 생략이 됐다니!
쭌 : 아빠 앞에 '작은'이라는 말 하나만 붙이면 될 뿐이고! 올해 내 사랑하는 친구와 형이 아이를 낳을 뿐이고!! 핏줄은 아니지만, 조카를 두게 됐을 뿐이고!!! ^.^;;;;;;;;;;;;
안 기자 : 에잇, 정초부터, 썅~ 안해, 안해, 이 인터뷰.
헉, 정초부터 낚이셨다면, 죄송합니다.ㅋㅋ
뭐, 저 같은 체제순응자가 무슨 결혼도 않고 애를 낳을 배짱이 있겠습니까.^^;;
인터뷰(?) 그대로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오늘 한명 낳았고, 5월에 아이를 낳습니다.
물론 정확하게는 제수씨와 형수님이 낳는 거죠.ㅋ
기분 좋습니다. 핏줄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조카들이 이렇게 생기다니. ^.^
맘 같아서야 에드벌룬이라도 띄워,
지구인들에게 조카들이 태어났다고 자랑하고 싶다는.ㅋㅋ
문득, 2년여 전, 캐나다 밴쿠버공항에서 눈물 짓게 만든 두 조카들도 생각납니다.
당시 4살짜리 찬이와 2살짜리 준이.
역시나 제가 사랑하는, 캐나다로 이민 간 형을 만나러 간 짧은 여행 길.
그때 저는 '삼촌'이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달았습니다.
처음 만난 그 사랑스런 조카들은 처음 본 이 삼촌이 그렇게 반가웠나봅니다.
아이를 좋아라하는 저로선,
그 조카들과 함께 방을 난장으로 만들면서 짧은 추억을 나눴습니다.
'삼촌', '삼촌' 불러대며 녀석들은 지저귀고, 함께 있을 때 끊임없이 말을, 장난을 걸어왔죠.
그렇게 지내다가 아쉽고 또 아쉬웠지만,
녀석들과 함께 한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죠.
밴쿠버에서 지옥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짧은 여행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형이 잘 가라고 전하면서, 찬이가 일어나보니 삼촌 없다고 울고불고 했다고 했다더군요.
애들 깨기 전 아침 일찍 나왔거든요.
그리고 전화 상으로 '삼촌 안녕'이라는 말을 건네줬습니다.
울컥했습니다. 나 없다고 울어준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때문에.
그때, 밴쿠버공항에서 찔찔 눈물 짜고 있던 삼십대의 찌질한 아저씨를 보셨다면,
바로 접니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건넬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작 4살 아이가 그런 걸 갖고 뭘 그리 감격하느냐, 고 타박하거나,
그 아이가 크면, 그런 사실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빈정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 벅찬 행복감이란.
그 여행의 마지막을 행복함으로 장식해준 내 조카들.
저는 잊지 못할 겁니다. 날 위해 울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카들이 그걸 기억하건, 그렇지 않건. 하하 ^^
찰나처럼 다가온 행복감을 기적이라 부르지 말란 법, 없지요.
그래서 저는 그 순간을 '기적'이라 명했습니다.
아마 그렇게 당신 없다고 울어줄 사람이 있다면, 당신 역시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어쩌면 지옥 같은 일상,
저는 올해 태어난 조카들에게서 한줌의 위안과 구원을 얻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방금 친구녀석이 애를 낳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당장 축하전화를 걸었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정초부터.
저는 이 행복감을 품고 하루를, 한해를, 일상을, 사람살이를 견디고 버티겠죠.
그것이 제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That's my life! ^^
좋은 삼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록 녀석들의 엄마, 아빠만큼 그 아해들을 사랑하고 돌보진 못하겠지만,
그 조카들에게 좋은 삼촌이 있다는 것을 마음에 품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 엄혹하고 비정한 세상에 역행하는 것일지라도,
돈 보다 더 좋고 훌륭한 가치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별들 사이에 길을 놓아주'는 좋은 삼촌이 되고 싶습니다. ^^
아니, 사실은 그냥 함께 놀고 싶습니다.
함께 캐치볼하고 야구장도 같이 가고, 소꼽놀이도 같이 하고.
제가 정신연령이 좀 낮아서.^^;;
쨌든, 제 사랑하는 조카들이 훌쩍 클 때, 삼촌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커피를 주고 싶습니다.
별들 사이에 길을 함께 놓으면서요.
뺑률아, 축하해~ㅎㅎ
호돌형, 미리 축하해요~ㅎㅎ
사랑한다, 조카들아. ㅎㅎㅎ
훌쩍 큰 찬이와 준이도, 삼촌이 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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