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노동. 
언제부터인가, 내 눈에 밟히는 것은, 내 마음에 찡하게 와 닿는 것은,
노동(의 맨얼굴)이었다.

내가 늘 노동자였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의 서울 시내 한 복판이었다.
 지금은 저 하늘색 옷을 벗었지만, 나는 저 노동 앞에 뭉클했다.
하늘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
어떤 담대한 안간힘 같은 걸 느꼈고,
노동의 신성함을 다시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한국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내몽골의 어느 거리 시장통이었다.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장통을 사뿐 즈려밟던 나는,
한 청년의 노동 앞에서 갑자기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청년이 힘을 줘서 힘껏 돌리고 있는 것은,
바로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지구가 아닐까.


일본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무언가를 배달하느라 자전거를 끄는 아저씨나,
오픈하는 가게문을 촘촘하게 닦아대는 직원에게서,
 
나는 시큼하고 뭉클한 감정을 느껴야했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노동의 현장이 주는 어떤 진정성.

물론, 나는 그렇게도 생각한다.
노동의 가치와 그 결과물로 나온 상품(용역)의 가치는 별개의 것이다.

노동이 어떻게 세계와 관계를 맺고,
어떤 세계를 위해 노동해야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 전에 우리는 살아야 하고, 버티고 견뎌야 한다.
 
뭣보다, 내 사는 지구는,
노동하는 무수한 점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시기의 개개인이 행하는 노동에 의해 돌아간다.

오늘, 책 축전 행사장에서 커피를 뽑아줬던 나의 노동도,
지구를 돌아가게 만든 작은 몸짓이었으리라. 

광화문이었다. 서울광장.
전태일 40주기 추모행사 '2010 전태일의 꿈'.


 우리는 아직도 화염 속에 있는 전태일을 본다.
고 조영래 변호사는 30여년 전에도 물었었다.

"오늘 전태일은 어디서 불타고 있는가?
전태일은 이 시각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기억속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전태일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막장으로 치닫는 노동현실 때문이다.

그래, 당신이나 나나, 전태일이다. 
나는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의 노동을 지지한다.
당신의 노동 앞에 늘 감동할 수밖에 없는 나의 소심한 연대적 행위.

어쩌면 지금 이 시대도 어떤 거대한 서사를 만들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에 의해서 말이다.

노동하는 우리는 그저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가진,
평범한 일상속에서 때론 이기적이고 때론 이타적이기도 하면서,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by.김훈)' 사람이다.
대한민국 사회, 삶의 조건이자 현실을 조망하는 서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시월의 마지막 주, 공정무역이 풍기는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오는 29~30일 이틀동안, 서울 안국동·삼청동 일대에서 '워킹 페어트레이드' 행사가 열려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이번 행사는 공정무역을 체험하고 즐기도록 마련됐습니다.

행사 취지는 이래요.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증진하고 안국동과 삼청동이 갖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에 '윤리'와 '공정'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감으로써 향후 한국 최초의 '공정무역거리'로 조성해 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행사 내용을 보자면, 양일 간 '공정무역 설탕으로 달고나 만들기' 등의 거리행사를 비롯, 공정무역가게 '그루'의 오픈하우스(샘플 세일)가 펼쳐집니다.

이 밖에 세미나와 콘서트 등이 준비돼 있어요. 29일에는 '카페 모란'에서 '공정무역 핫 이슈' '인증제와 시장'을 주제로 공정무역 단체들이 공정무역 인증제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19:00~21:30)가 열립니다. 밴드 '요술당나귀', '유자살롱',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미니 콘서트(16:00~17:30)를 펼쳐지고요.

이어 30일에는 '공정무역 커피이야기'를 주제로 '카페 모란'에서 세미나(19:00~21:30)가 열리고, '복태와 우쯋쮸'는 카페 콘서트를, '시와'와 '요술당나귀'는 축하공연을 진행한답니다. 오후 4시30분부터 열리는 페어트레이드 패션쇼에선 공정무역 의류 등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행사 기간,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카페나 공정무역가게를 방문하는 사람에겐 공정무역 상품과 기념품이 담긴 꾸러미가 제공됩니다.

그러니, 당신도 공정무역 향이 솔솔 풍기는 북촌의 거리로 오세효~ 당신의 작은 발걸음이 한국형 공정무역마을 조성을 위한 디딤돌이 될 거에요. 공정무역 커피향 맡으며 시월의 마지막을 만끽하는 것에서, 우리는 작고 사소하지만 공정한 세계를 만드는 한걸음을 내디디게 된다는 것, 잊지 마세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를 낳은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나는 (주류) 언론에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다.

'내집 마련'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낳고, 
부동산 불패는물론, 재테크로서의 집에 집착하게 만든 공.

집은 왜 주거의 공간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야 했을까.

한때,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나도 집에 대한 과도한 탐욕을 부추긴 것은 아녔을까, 반성한다.

하우스 푸어 현상을 파헤친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지난달 있었던 강연을 기록했다.

===================

하우스푸어의 해답?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하는 것에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일 하는데 가난한 사람)’라더니, 이젠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은 있는데 가난한 사람)’란다. 푸어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푸어 시리즈냐, 고 물을만하다. 또 어떤 푸어가 나올지 사실, 겁난다. 또 다른 푸어 아닌, ‘푸우’(곰돌이)가 나왔으면 좋겠다만, 아니다. 눈을 씻고 봐도, 푸어다. ‘푸어(Poor) 낳는 사회’.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어쨌든, 하우스 푸어. 그토록 열망하는, 혹은 이 사회가 요구한 ‘내집’을 가졌으나, 그 집에 짓눌려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니. 내집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랬다. 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집 한 채. 더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지상의 방들은 왜 죄다 남의 것일까, 한탄하던 사람들을 꼬드겼다. 건설업자들이 그랬고, 국가(권력)이 그랬으며, 은행(금융권)도 가세했다. 하다못해 언론들까지 이 삼각편대에 ‘꼽사리’를 껴서 (노름판의) 판돈을 키웠다. 소곤소곤도 아니요, 대놓고 나불댔다.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더 크고 넓은 집, 분양만 받으면 당신의 인생은 역전될 것이오. 그러니 지르시오. 지름신이 당신을 ‘리치(Rich)’로 만들 것이니라.

대박이니 로또니, 아주 가관이었다. 하다못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 미친(!) 광고까지 날 뛰었다. 힘 있는 지들끼리 패 돌려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정작 폭탄은, 그들에게 판돈을 건 힘없는 사람들이 맞았다. 패보고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I 믿 You(나, 당신을 믿어요)’했더니, 돌아오는 건, 빚 독촉에 월급 자동 차압이라니. 당했다! 신발!!       

국무총리로 후보지명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부강한 나라를 부르짖을 것이 아녔다. 모두가 부자인 나라를 말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굶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거였다. 설혹 레토릭에 불과할지라도, 그 정도 인식은 보여줬어야 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순 없지만, 한 사람이라도 푸어가 아닌 나라. 나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던 ‘집’은 변심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혹했다. 학교에서, 어른을 통해 배웠던 ‘거주를 위한 집’은, 어느새 ‘투기를 위한 집’으로 재구성됐다. 하긴 따지고 보면 집이 변심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미친 거다. 집을 미친 짓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말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이렇게 내 인생을 허비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혹은 집이라는 존재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걸까? 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미래를 꿈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까?”(p.9)

지난 9월10일, 이 말을 되씹을 기회가 생겼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그날의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김광수 경제연구소, 예스24, 더팩트가 주최한 『하우스 푸어』(김재영 지음|더팩트 펴냄) 출간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의 타이틀은, “아빠는 하우스 푸어! 아들은 88만원 세대!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린 부동산 시장의 진실을 말한다!”.

저자(김재영 MBC PD)가 다큐 촬영차 남극에 가 있는 관계로 이 자리엔 참석하지 못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의 사회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보자.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혹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자.

그러니까, 이 책을 둘러보고. “무엇보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라고 권고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책은 하우스 푸어의 세계가 혹 나의 세계는 아닌지 바라보라고 한다.”(p.7)

그리고 집을 생각한다. 집은, 사는(Buy) 것보다 사는(Live) 것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꼭 사야만(Buy) 내집이겠는가. 내 사는(Live) 곳이 내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전세를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전한 중산층인 박준명 씨(가명)의 바람직한 예. “지금은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박 씨는 고점 대비 20% 이상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집을 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 하나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p.195) 집 소유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 그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하우스 푸어는 무엇이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가.

(선대인, 이하 선) 나는 언론에서 말하듯, 폭락론자가 아니다. (웃음) 부동산 시장이 지금 양상으로 가면 폭락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더 큰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김광수 경제연구소)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 것은 2008년 하반기부터다.

하우스 푸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일까. 2005~2006년 수도권에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중산층은 소득 여력이 안 되는데도, 고점 시점에 주택 시장에 들어갔다. 폭등기 이후 2006년 말 추격 매수세가 끊어지면서 거래도 끊어진다.
 
부동산 버블기에 많은 분들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갔고 실거래가가 하락하는데 버티고 있었던 거다. 시간이 지나 2008년 말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6~7개월 반등했는데, 다시 하락하고 있다. 큰 흐름으로는 2007년 이후 가라앉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 동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부동산 불패는 이제 종말을 구하는 것 아닌가. 빚을 내 집을 산 분들이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단면을 김재영 PD가 4부작으로 심층 취재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개념인 ‘하우스 푸어’ 문제에 천착했고, 김 PD가 책을 쓸 때, 추정하는 작업을 도왔다.

넓은 범위지만, 빚을 내서 집을 산 분들이 수도권에만 98만명으로 추정된다. 아직 초기이고 물가상승분이라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다. 실제 1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보면, 하우스 푸어는 아직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 버블 시대에 한국경제에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화두가 될지 모르겠다.

(우석훈, 이하 우) 사람들이 저를 ‘공포 경제학자’라고 말한다. (웃음) 한국과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의 차이라면, 한국은 아직 증시는 문제없는데, 부동산이 먼저 떨어지는 양상이다. 일본과는 양상이 다르다. 일본이 거품을 빼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10년 정도 지나면 GDP가 1만3000~1만5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거다.

하우스 푸어만 문제 되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될 거다. 워킹 푸어가 2~3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 하우스 푸어가 진행 중이다. 아직 전면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 ‘크레디트 푸어’가 나오고, 나중에는 병원에 가기 어려울 정도의 ‘헬스 푸어’가 등장할 거라고 본다.

지금 정부가 돈을 부어서 저소득층이 집을 사게 하자고 하는데, 뒷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제가 만나본 많은 하우스 푸어들은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올라서 집을 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렵다. 

DTI규제 완화 등 정부의 8.29 대책을 어떻게 보나.

(선) 꺼져 가는 주택시장을 확 꺼지게 하는 확인사살일 수 있다고 본다. 생각했던 정도의 반등도 안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정도는 약간 랠리라도 보일까 싶었는데, 그런 모습도 안 보인다. 어제 기사를 보니, 금융기관 고위관계자가 이렇게 했는데도 살아나지 않으면 주택시장 폭락세를 앞당길 수 있다는 코멘트를 했더라.

이렇게까지 정부가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든다. 가계부채가 다이어트에 들어가도록 시그널이 들어가야 하는데, 되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받쳐보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사회에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가득이나 빚이 넘쳐나는데,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쓰고 있다. 바람직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한겨레에 의미 있는 기사가 났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현재 전체 주택대출의 80% 이상이 이자만 내고 있다. 2005년 이후 주택대출한 분들은 이자만 내면서 (원금상환을) 미루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2012년 하반기가 되면 주택상환 만기액이 두 배 가량 커진다.

생각해보라. 집값이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기준금리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 거품을 빼는 것과 억지로 버티다가 그때 와장창 깨지는 것 중에 어느 게 충격이 더 크겠나. 미루면 미룰수록 나중에 돌아오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꾸 미루면 거품이 커지고 하우스 푸어가 되는 가계가 많아진다. 지금부터 분할해서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 거품 빼기를 미루는 정부나 언론들이 외려 폭락론자다. 그들이 더 큰 충격을 유도하는 집단이다.


(우) 나는 붕괴론자에 가깝다. (웃음) 3년 전, 한국경제가 언제 뻗을까 따져봤다. 내년 여름으로 예상했는데, 요번에 부동산 대책 나오면서 내년 4월로 당겨졌다. 2011년 4월 위기설을 정부가 스스로 만들었다. 그때 투매가 이뤄질 거라고 보는 자금상의 이유가 있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금융 안정을 위해) 2009년 상반기 예산을 앞당겨 썼다. 2009년 상반기 예산은 하반기에서 끌어오고. 계속 그렇게 하면서 정부가 막고 있던 건데, 더 이상 끌어올 돈이 없게 됐다. 올해 정부나 지자체 모두 내년도 돈을 당겨쓰면서 내년 예산을 줄이고 있다.

4대강 포함한 건설사 (부실을) 막아준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 초에는 어려울 거다. 지금 미국에선 ‘더블딥’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하우스 푸어에 해당되는 정상적인 모기지도 아직 터지지 않았다. 미국은 올 연말-내년 초에 어려울 것이다. 내우외환 상태라 한국이 주택시장을 끌고 갈 여력이 없다. 정부 차원의 금융위기는 없다, 가 유일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없다.

올해 사교육 지출비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해다. 진짜 돈이 없다는 거다. 요번 DTI규제는, 투기꾼들은 정부가 보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거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나쁜 거다. 철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도 나쁜 거다. 

8.31 대책이 효과도 없으면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건데, 부동산업체들도 하락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문제 심각해질 때까지 경고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관료, 학자, 언론 모두 쉬쉬하면서.

(선) 뜻있는 사람들은 계속 경고를 했다. 주류언론을 타고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문제가 생겼을 때, 상책은 문제 발생 조짐이 보인 초기에 막는 거고, 하책은 문제가 커졌을 때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것이다. 최하책은 파탄을 맞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지금 한국경제에선 하책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책이라도 잘 써서 급격한 대폭락은 막아야하지 않나. 『위기경제학』에 따르면, 모든 경제위기에는 위기경보시스템의 일정한 패턴이 있다. 자산 가격이 경제력보다 크게 부풀어 오르고 레버리지가 있은 뒤 급격하게 붕괴됐다. 예외 없이 버블 형성과 꺼지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런 패턴을 인식하고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미국발 경제위기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4년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기조를 잘 잡아서 실행만 제대로 됐다면, 지금처럼 위태한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다. 그 외 다른 정책도 그랬지만, 지금 정권의 국공채 발행액이 200조 원(주. 국내총생산의 20% 규모)이다. 엄청나게 돈을 때려 부었다. 부동산 부양에만 들어간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투입됐다. 이번 DTI규제는, 그전까지 공공부채로 틀어막다가 이젠 가계부채로 틀어막기를 하는 거다.

“필요한 제도적 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pp.78~79)

생각해보라.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이 지탱되기는 힘들다. 가계부채도 한계에 도달했고, 공공부채로 하던 기존사업도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몰리던 민간의 돈도 위축되는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겠나.

위기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건설 오적이 있다. 정부, 정치권, 건설업체, 기득권언론, 부동산정보업체나 상당수 부동산학자 등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덫에 걸린 거다. 경고를 거듭했음에도 이 조직적인 구조, 강력한 이해관계가 한국경제의 거품을 이렇게 키우고 위기로 몰아간 거다. 이런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투자 정보를 빙자한 광고성기사와 이와 연계된 광고를 통해 꾸며지는 부동산 특집 면은 신문사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다. 2010년 들어 건설 관련 광고는 34.1% 감소했다. 5대 분야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금 상당수 언론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은 부동산 광고주인 건설업체들의 민원 해결용이라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p.95)

(우) 경고가 왜 없었냐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말하면 돈이 안 되고, 올라갈 거라 말하면 돈이 생기니까. (웃음) 3~4년 전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이 후퇴했을 때 <100분 토론>에 나가는 학자들이 많았다. 요즘 보면 학자들이 거의 없다. 부동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도 학자들이 안 나온다. 지금 판은 업자들이 나온다. 경제학자들도 논쟁이 많았는데, 지금은 떨어질 거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올라간다면 왕따 시킨다. (웃음)

우리(2.1연구소,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정부나 기업에 돈을 받지 않으니 자유로운 거다. 삼성(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로 부동산(땅)을 산 것이 없다. 현대도 없고. 롯데는 지금 판다. 적어도 부동산에 관해서라면 증권사 얘기를 듣지 마라. 지금은 어떻게든 빚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친절하지 않다. 6개월 정도 시간 있는데, 어떻게든 채무조정을 안 하면 내년에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를 ‘만성불안사회’로 만든 것은 이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었다. 각 가계가 끊임없이 부동산 재테크에 매달리게 했던 것은 바로 이들 권력자들이었다.”(p.69)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면, 거품을 빼는 방식,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 소장에겐 성장잠재력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여쭙고 싶다.

(선) 풍선이 부풀어 있는데, 바늘로 찔러 터트리면 아수라장 된다. 그래서 구멍을 열어서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말은 뺀다고 하는데, 빠질만하면 바람을 다시 집어넣는다. 정부는 거품이 꺼졌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재정력이나 정책수단을 소진한 상태다.


많은 분들이 충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하길 바란다. 여기엔 현실적인 조건이 있다. 가계부채를 740조원 쌓아놓고 공공부채를 200조원 이상 써 버렸고, 집값은 이렇게 올려놓은 상태에서 거품을 빼는데 충격이 없을 수 없다.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자는 거다. 가계부채를 늘리게 하고 만기상환을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고, 계속 상환하는 구조로 만들어서 집값 거품을 빼야 한다. 투기를 부추긴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선분양제가 대표적이다. 3년 거치 대출 원리금 상환 구조도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건설업체의 시장 퇴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빨리 서둘러야 한다. 살려둘수록 물밑에서 부실이 커진다. 

“선분양제가 하우스 푸어들을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p.78)

마지막으로 빚내서 집을 산 가계에 드리고 싶은 말은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라는 거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가 부동산 덫에 걸려서 인질처럼 잡혀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전 재산이 걸려 있어서 옭아 매인다. 몽롱한 환각제 놓아서 매트릭스 구조에 빠뜨리는 세력이 인질범인데,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한 방이 있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매우 구조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다.”(p.103)

(우) 80년대에 ‘스텔라 인생관’이라고 있었다. 20대엔 20평-엑셀, 30대엔 30평-프레스토, 40대엔 40평-스텔라를 사면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지금은 50대가 우리나라 전체의 땅 50%, 부도 50% 이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세대고 40대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지금 20대는 하우스 푸어도 아니고, 그냥 ‘푸어’다. (웃음) 인간적으로 착함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서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할 때 하우스 푸어의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굉장히 어려울 텐데, 연대를 통해 혹은 지역경제에서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하튼 내년에는 빚 2억 이상 있는 분 힘들 것이다. 정말 잘 살아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웃음)

그냥 푸어인 사람들,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나.

(우) 프랑스는 집값이 뛰니까, 20대들이 거리로 뛰어나온다. 우리나라의 20대는 지금 집값이 올라가면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은 어떤 방이 좋니, 라고 물어봐야 반응을 한다. ‘소셜 하우징’이 필요하다. 

섹스를 하지 않는 이유가 부동산 거품 때문일까?

(우) 그걸 좀 연구해보려고 했는데, 섹스 횟수는 도저히 못 찾았고,(웃음) 이런 건 있다. 요즘 사회학 하는 분들이 ‘취집’(주. 취직의 일환으로 시집가는 것을 빗댄 말로 취직+시집의 줄임말) 등을 연구한다. 직장 대신에 시집가는 것도 쉽지 않더라. 4~5년 동안 결혼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이 많다. 남자 쪽에서는 작년부터였나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여자를 만나서 돈 내느니 아예 안 만난다. 그래서 성욕 자체가 사라지는 남성이 등장했다. 출산율이 세계 기록을 깰 거다. 2% 돼야 인구가 줄지 않는데…


지금 하우스 푸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을 말해 달라.

(선) 어려운 문제다. 이미 하우스 푸어 현상이 생겨났는데, 정책적으로 구제해줘야 할까.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면 필요한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게 볼 때 시장경제 하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책임 하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고 측은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말이야 쉽지만, 바람직하고 쉽냐는 별개의 문제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푸어인 사람도 있고, 아예 푸어인 사람도 있는데, 푸어 지원은 외면하면서 하우스 푸어를 구제해주는 건 넌센스다.

(우) 지금 문제를 끌고 온 것은 아파트 주상복합인데, 지금 안 팔면 큰일 난다. 절반 값이라도 팔아야 한다. 내년 주상복합은 사람이 빌 거다. 강남 일부도 슬럼이 될 거다. 애들이 과외를 하면 끊고, 아빠가 룸살롱 가는 것도 끊어야 한다.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좋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 타지 말고,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지구를 위해 사는 것도 해볼 만하다. 그러니 내년에는 생태적 삶을. (웃음)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우) 시장에 대해 불신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하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무섭다고 느껴보긴 처음이다. 시장은 가만 두면 굉장히 무섭다. 지금 그 무서운 시장이 조정을 보고 있다. 경제는 과학이다. 과학에 의해 작동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못 막는다. 건전한 상식과 과학이 앞으로 시장을 움직여 나가야 하고, 몇 년 후 한국이 좋아지면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선) 88만원 세대를 ‘삼무(三無)세대’라고도 하는데, 나는 2개를 더 보태 ‘오무(五無)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젊은 세대는 일자리 없고, 돈 없고, 집을 살 수도 없는데다 결혼도 못하고, 애도 없다. 그래서 오무 세대다. 이게 일부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적어도 안정적으로 성관계를 갖기 힘든 여건이다. 일단 보금자리가 없다. 초혼연령이 19년 만에 4살이 올랐다. 전쟁도 안 터진 나라에서 초혼연령이 이렇게 올라간 나라가 없다. 부동산 거품 빨리 빼서 충격 흡수하는 것, 그게 첫 걸음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세간의 널리 퍼진 오해 혹은 오류 중의 하나는,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 있다는, 분리돼야 한다는 거다.

경제를 논하고 문제를 풀 때, 정치를 대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무식'에 가깝다.
거의 모든 경제현상이나 경제적 사건은 정치와 관계를 맺고 있다.
 
앞선 언급한 장하준 교수도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정치를 언급했다.
사회적 개선을 위해 우리는 (정치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블로그든 선거든, 어떤 형태든, 각자가 의사를 표시하고,
작은 힘이라도 하나둘 모여야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의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1월, 김광수 소장의 강연에 다녀온 기록이다.
부디, 정치와 경제를 캐분리해서 생각하지 말자.
그건 경제 쥐뿔도 모르는, 무식한 MB적 사고다.

=================
  

경제위기? 문제는 정치야. 바꿔라!
[현장취재] 『경제학 3.0』 저자 김광수


과문하지만, 내가 아는 경제학은 이렇다.


“의식주 생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삶과 연관된 기본에 대한 이야기.” (김수행 마르크스경제학자)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먼저 쓰러져가는 빈민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앨프리드 마셜 영국 경제학자)
“경제학의 목표가 많은 사람을 좀 더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면, 먼저 가난한 이들을 보고 마음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 교수)

물론, 학교에선 그렇게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현실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경제학을 입에 올리는 시대가 되고 있지만, 보통 사람의 일상에 경제학이 파고들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경제학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 이상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것을 보통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국가 최고통치자의 자리에 오른 자는, 어째 부자들의 자산증식과 토건에만 공을 들이니, 어떻게 보통사람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소수 특권층이나 기득권층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다.”(p.78)

경제학을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나 화폐로 계산되는 수치에 매몰됨을 뜻하지 않는다. 경제가 다른 정치나 교육문제 등과 분리해서 작동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경제학자가 때론 교육정책이나 사회정책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월권행위가 아니다. 경제는 그만큼 모든 것과 잇닿아 있고, 특히나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나, 경제(학)를 모르오’라고 커밍아웃하는 거나 다름없다.

『경제학 3.0』(김광수 지음|더난출판 펴냄)은, 경제 혼자 따로 노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경제적 현상을 어떻게 보고, 우리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에 지난달 27일, 롯데시네마 영등포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人터뷰’에 김광수 소장이 독자들을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치솟는 집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젊은 세대에 가슴 아파한다는 그는,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와 대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여기의 우리가, 경제학을 어떻게 현실과 연결시켜야할지 단초가 있을 것이다.

교육과 일자리,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김 소장은 우선 교육문제부터 꺼냈다.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만신창이다. ‘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교육문제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서 한숨 돌려야 할 때임에도 지난 20여 년 동안 네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교육문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자리는 더욱 심각하게 안 좋아지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는,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볼 문제임을 강조한다. “주택(집)문제, 의료, 노후 등 전반적인 문제 모두, IMF를 겪으면서 휘청하고 그 후로 10년이 지났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고 악화되고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해결해줄 수 있느냐, 기존 정치권이 해결해줄 수 있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가 자식 세대에게 물려준 것이라곤 부동산 투기와 엄청난 가계 부채뿐이다.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생산적인 경제를 만들어주기는커녕 거품 경제로 그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주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일관성 있게 추진된 것은 부동산 투기 조장 정책뿐이었다.”(p.234)

정치인과 관료에 의해 넝마가 된 여러 문제들. 우리는 선거 등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진짜 그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그런 것 상관없이 이념적 잣대로만 그들을 호명한 것일까.

“일자리도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채워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이정도 온 것은, 40년에 걸쳐온 결과다. 그래서 지금 일자리가 있는 것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단지 임기만 채우면 어떻게 되겠나. 그럼 말할 필요도 없다. 엉망진창이 될 거다.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되지 않았나 싶다. 교육은 지속돼야 할 문제다.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정권과 상관없이 전문가들을 모아 합의를 이루고 정책을 시행해야 조금씩 풀려나갈 것이다.”


그는 지금의 교육문제 해결방안도 어이없음을 부연한다. 자율화란 명목으로 중요한 교육문제를 각 자치단체 단위로 풀어놓고, 사학에 교육이 사적재산임을 공공연히 인정하는. 그는 되묻는다.

“교육이 사적 재산인가? 아니지 않은가. 교육문제로 전국민이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데, 다른 나라 같았으면 국가가 특단의 조치를 했을 거다. 국가의 장래가 흔들릴 정도지 않나. 사학이 마냥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말도 안 되는 정치이념이 들어오고. 사학들은 ‘내 재산,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시비고 간섭이냐’ 이거 아니냐. 시간이 갈수록 폐해가 명백하게 드러날 거다. 백년대계라는 말은, 교육제도를 잘 만들면 효과가 100년이 가지만, 잘못 만들면 부작용도 100년이 간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명백하게 악화되고 있다. “개인의 생각으로 손을 대면 그 다음 정권을 잡은 이도 같은 생각으로 손을 댄다. 그러면 개똥철학이 넘쳐나고 여러분이 힘들어진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해 불가하다고 결론을 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경영해온 기존 정치권은 실패했다. 10년에 걸쳐 두 번씩 기회를 줬는데 결과를 못 냈다.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은 실패하면 망하고 잘리는데, 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고, 국가가 부도가 나든 말든,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 대가는 여러분이 뒤집어쓰고 있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더 이상 경영해선 안 된다. 그럼 누가? 여러분들 스스로가 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삶은 정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것도,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도 모두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것이다. 어떤 정당 또는 대통령이 어떤 교육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p.237)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 

김 소장이 가진 국가 운영론은 이렇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올바로 이해하고 풀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즉, 전문적인 능력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거다. “지난 20년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20~40대에는 보석 같은 인재가 많다.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런 인재들에게 기회를 줘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들을 통해 새판을 짤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힘으로,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지금 20~40대의 어리석음도 꼬집는다. “유권자 분포를 보면 전체의 75%가 20~40대다. 그럼에도 50대 이상 15% 정도의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교육, 일자리, 집, 결혼 등을 50대 이상에게 해결해달라는 거지. 자신들의 문제를 갖고 그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거다. 그런 사람들을 뽑아놓고선 죽네 사네 얘기하고 있다. 시켜놓고 못하면 갈아 치워야한다.”

그렇게들 입에 올리는 경제위기의 근원은 이렇게 설명될 수 있겠다. “사람뿐인 경제에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은 오직 사람과 지식과 시간뿐입니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사람은 아파트보다도 못한 똥값으로 떨어졌고, 지식은 기술 벤처를 통해 발전할 수 없으며, 시간은 헛되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위기이며, 이를 조장하고 선동한 무능하고 무지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그리고 여야 정치권이 위기의 근원인 것입니다.”(p.17)

백마 타고 온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김 소장은 우리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금의 정치권은) 안 된다는 것이 입증돼 있다. 분명한 것은, 엉터리 같은 사람을 또 시켜선 안 된다는 거다. 자식세대들이 조금이라도 숨 쉬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여러분들에겐 기회가 없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문제해결을) 시도할만한 돈이 없다. 이미 국가가 빚 투성이다. 2007년 국가 예산이 235조였는데, 현 정부 출범이후 3년 동안 예산이 150조나 늘어났다. 공식적인 수치만으로. 비공식적인 것도 있을 거다. 150조가 어느 정도냐면, IMF때 투입된 공적자금이 160조였다. 그런 돈을 집권 3년 만에 쏟아 부은 거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다. “일반인들이야 무식해도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이 집단으로 무식하면 나라를 말아먹는다. 무식한 데는 약도 없다.”(p.59)

그의 일갈은 계속 된다. “민자 사업도 실은 다 빚이다. 4대강 사업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는데, 다 보이지 않는 빚이다. 아무리 잘 하자고 해도, 지금 질러놓은 빚 갚느라 정신없을 거다. 못 갚는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여유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나만 어떻게 돈 좀 벌 수 없을까, 어떻게 취직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취직한다손 몇 년을 근무할 것 같나.”

책에서도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민주주의가 덜 발달한 정치 후진국일수록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비이성적인 도박식 정책 남발로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한국 정부도 구조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차근차근 모색하기보다는 ‘4대강 사업’이라는 한탕주의 정책에 목을 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통해 국제 경쟁력 저하와 실업난, 양극화와 같은 경제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p.27)

문제는 정치다! 바꾸자!!

구조적으로 메스를 들이대는 일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올바르게 경제시스템이 운영되려면,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올바른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 운영과 경영을 맡겨야 한다. “올바른 경제 정책이란 경제 구조 변화에 선제적이며,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순응적인 정책을 말합니다. 반대로 나쁜 경제 정책이란 경제 구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의 관습과 경험에만 의존하여 현상 유지에 급급하고, 경제 환경 변화에도 역행하여 거꾸로 가는 정책을 말합니다.”(p.5)

김 소장은 성장잠재력에 대한 강조도 덧붙인다. “경제가 지속가능하도록 성장잠재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대통령, 국회의원, 관료의 책무다. 사실 성장률을 올리는 건 간단하다. 돈을 쏟으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은 지표상 올라간다. 물론 그것은 임시방편의 땜질이지, 일자리가 그렇게 만들어지진 않는다. 그건 국가정책이 아니고, 국가운영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힘들더라도 참을 것을 참으면서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도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내 재산이냐 아니냐, 물려줘야 한다 아니다, 가 왜 중요하나. 공정한 룰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GDP 성장률은 분기 내지는 1년 단위의 경제 활동에 관한 단기적 개념일 뿐이다. 오히려 장기적 경제 발전의 개념에 가까운 것은 GDP 성장률이 아니라 잠재 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다.”(p.44)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는다. 기업이 잘 돼야 노동자들이 먹고 산다? 그건 새빨간 거짓말. “기업한테 다 쏟아줬더니 경제위기 전후가 어떠냐.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했지만, 일자리는 어딨냐. 지금, 가동률은 역대 최고고, 지표상으로 최호황 상태다. 실업률도 통계지표상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일자리 때문에 왜 난리냐.”

김 소장은 ‘바꿔. 바꿔!’를 외쳤다. “더 이상 이런 것을 놔 둘 거냐. 다음에도 그 사람들 시킬 거냐. 바꿔야 한다. 바꾸면 금방 변할 수 있다. 우리 20~40대에 똑똑한 사람이 많다. 늙은 양반들 왜 죽을 때까지 난장판 치게 놔 두냐. 넓은 의미에서 우리 20~40대가 자신이 주인이 돼서 국가를 경영한다면 확실히 바뀔 것이다.”


자식을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교육(이라고 쓰고, 사육이라고 읽는)을 강요하고, 일자리 창출이랍시고, 삽을 쥐어주는 국가의 미래? 단언건대, 없다. 김광수 소장의 이날 강연 핵심은 ‘깨어있으라, 그리하여 바꾸라’가 아닐까. 문제는, 정치다. ‘경제가 정치와 무관하다’는 인식은, 정치권력을 계속 잡기 위해 노회한 자들이 주입한 수사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며, 엉터리가 판을 치는 사기극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서민 자신이 곧 정치의 주인공이자 최종적 투표권을 지닌 진정한 권력자인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정치는 일반 서민이 주인공인 생활 정치라고 생각한다.… 생활 정치에의 자유로운 참여는 자신들의 삶을 지키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일반 서민들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p.239)

그리하여, 경제학의 임무와 고민의 핵심에는 이것이 있다고 하겠다. 당신의 생각과 실천이 우리에게, 후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21세기 지식정보화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가 정치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pp.257~258)

참고로, 김광수 소장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면,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인터넷카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통하면 되겠다.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10월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 

1987년 10월17일, 세계인권선언(1948년)이 발표됐던 프랑스 파리의 트로카데로 11월11일 광장, 10만 명이 모여들었다. 빈곤퇴치운동에 평생을 바친 조셉 레신스키 신부(당시 70세)가 주도한 '절대 빈곤퇴치운동 기념비' 개막행사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5년 뒤, UN은 이날을 '세계 빈곤퇴치의 날'로 정하면서 절대적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함께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빈곤퇴치는커녕 양극화가 심해진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 하신 대통령은 '경제'가 뭔지도 모르시고, 부유한 나라, 부강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립서비스만 일삼으신다.

차라리 한 사람도 굶는 사람을 없애겠다고 말해야 한다. "가난은 국가도 구제못한다"는 오래된 신화(?)는 거짓이다. 국가가 스스로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더럽고 비겁한 변명이다. 가난은 국가가 구제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조까라마이싱. 국가가 가난한 사람을 내비두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중차대한 도덕적 해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경제학'을 다시 리바이벌 하자면,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먼저 쓰러져가는 빈민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

"경제학의 목표가 많은 사람을 좀더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면, 먼저 가난한 이들을 보고 마음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교수) 
 

그러니까, 우리는 요구해야 한다.
국가가 가난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경제학이 부자들만 배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장하준 교수는 지난해 4월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요구하라고 말했다.
그를 만난 나의 기록이다. 
 

====================

“블로그든 선거든, 각자가 의사를 표시하고 모여야 사회를 개선시킬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장하준을 만나다

알다시피, 우리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고 마는 두발자전거 경제 체제에 있다. 멈춤 없이 내달려야 유지될 수 있는 경제시스템. 누군가의 이익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는 지금의 자본주의. 돈이 없으면 인간의 존재감과 자존감마저 말살당하고 마는 엄혹한 시대.

작금의 경제공황은 그런 시스템 내부에서 암약한 탐욕이 곪아 터진 것이다. 그러니까 공황의 초기, 금융위기라고 지칭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금융, 특히 부실규모를 파악하기조차 힘든 파생상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성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우리의 탐욕을 조장했다. 그 설탕 묻힌 꽈배기 금융상품의 달콤한 감언이설은 우리의 이가 썩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지금은 이를 송두리째 빼야 할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는 그런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강력히 경고해 왔다. 지금이 결국 그런 시기다. 실물과 격리된 채 따로국밥으로 퉁퉁 불어터진 금융 파생상품과 영미식 신자유주의 혹은 금융자본주의가 불러온 파국. 그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무척 비관적이다. 최근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대공황보다 더 큰 위기”이며 “특히 파생상품이 많아서 끝을 짐작하기가 더 어렵고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사태가 좀 더 심각해져야 근본적 개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불온(!)한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답다. 개발도상국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흡혈귀 노릇을 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악행을 고발(?)한 그의 책은 대한민국 국방부에 의해 낙인이 찍혔다. 불온서적 꽝. 지나가던 개가 콧방귀를 꼈단다. 믿거나말거나. 덕분에 불온서적으로 지정됐던 책들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을 낳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말이다. 항간에는 국방부가 출판업계의 불황을 걱정한 나머지, 그런 노이즈 마케팅을 펼쳤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더불어 불온서적의 저자인 불온교수 장하준 교수도, 되레 지금-여기의 잘 나가는 ‘상품’이 됐다. 경제공황으로 심적 공황을 맞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되묻기 시작했다. 주류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파국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저발전의 원인을 문화적 비합리성이나 게으름 등에서 찾아 저들의 경제․사회적 지배를 공고히 한 서구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논박하는 장 교수의 얘기도 마침 먹혔다. 자본주의를 넘기 위한, 대안을 발견하기 위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불온교수 장 교수는 현 정부가 많은 문제를 품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통한 국가의 개입 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가 시장의 ‘심판’이자, 혼자 튀려는 시장을 통제하는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마따나, “천사처럼 행동하는 정부는 없”지만, 잘못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말하고 요구하며 행동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파국의 추가 진행을 막기 위한 방법도 그는 제시한다. 민주주의가 허용한 한도 내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운동을 하는 것. 블로그에 글을 쓰든, 선거를 통하든, 작은 힘을 하나둘 모아서 사회를 개선시키자고. 불가능한 소리라도 자꾸 요구하자고.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신자유주의에 역습을 가해야 한다. 학생식당의 밥값 인상에 반대해 데모를 펼쳐 결국 밥값을 내리게 한 가난뱅이의 ‘역습’마냥, 신자유주의에 똥침이라도 날리기 위해 우리에겐 지금 연대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전복. 어째, 듣기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그리하여, 지난 14일 서울 홍대 민들레영토.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은 11인의 독자들이 소담하게 그와 마주 앉았다. 장 교수를 향한 지상파 방송3사의 인터뷰 구애를 이기고 장 교수를 차지한 운 좋은 독자들. 유병선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사회를 보고, 독자들의 질문에 이은 장 교수의 답변으로 진행된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중계한다. 내 생각엔, 이건 1박2일의 코너가 마련됐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앞으로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요구하라, 그러면 실행에 옮겨질 것이다.


Q. 책에서 실물경제를 강조해서 좋았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보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요.

장 교수 : 사실 방법론적으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생물학과에 가보면 생물체 이해를 위해 DNA를 분석하거나 아프리카 고릴라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죠. 어떤 이는 동물행태를 수학모델로 만드는 사람도 있고, 여러 방법을 써서 생명체를 연구합니다. 왜냐면 생명체는 복잡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경제도 엄청 복잡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방법이 공존해야 합니다. 제가 문제 삼는 것은 주류경제학자들이 우리 식으로 안하면 경제학이 아니다, 혹은 저급하다고 하는 겁니다. 하나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복잡한 현상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다른 접근 방법도 필요하고 어떤 이론이 주류가 돼야 한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핵심 신고전파경제학도 신자유주의로 흘러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걸 이용해서도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이론을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대표적이죠. 모든 학파에는 배울게 있습니다.

책에서 실물경제를 강조한 것이 좋았다고 해서 감사한데, (웃음) 금융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금융이 없었으면 자본주의도 없었어요. 금융이 필요하되, 실물에서 자꾸 떨어져 나가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외환시장이 제일 좋은 예죠. 전 세계적으로 외환거래를 볼까요. 무역이나 해외실물투자를 위한 돈과 세계 외환거래량을 비교하면 1대100입니다. 1년에 3일하면 (외환) 실물 수요는 충족되는 거죠. 나머지 362일은 외환거래를 위한 외환거래입니다. 투기거래라고 봐도 좋고요. 그 돈이 몰려다니면서 우리와 같이 기축통화도 없는 나라에서 환율 널뛰기 등과 같은 폐해를 일으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금융을 실물과 더 근접시켜야 된다고 주장하는 거죠.

Q. 지금 전세계적으로 빈익빈부익부 심해지고 우리나라는 양극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이 신자유주의 때문일까요, 다른 원인이 있을까요.

장 교수: 그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심각합니다. 예외적으로 룰라대통령 들어서면서 빈부격차가 개선된 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있긴 해요. 하지만 대부분 국가는 악화됐습니다. 그것이 꼭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 게 신자유주의입니다. 1950년대를 보면 최고경영자와 일반노동자 월급 차가 30대1이나 40대1이었는데 지금은 스톡옵션이 아니면 300대1이나 400대1까지 차이가 나요. 스톡옵션을 포함시키면 1000대1까지도 갑니다. 이건 상층부로의 소득재분배를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88만원세대니 비정규직이 문제인데, 유럽에서도 100유로세대가 있지만 우리만큼 문제가 안 되는 게 일단 비정규직 비율이 우리만큼 높지 않습니다. 또 복지제도가 잘 돼 있어 비정규직이라도 기본생활이 보장됩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이 겪는 고통이 상대가 안 된다는 거죠. 제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될 수 있으면 비정규직 안 쓰고 고용안정을 시켜줘야 합니다. 그게 불가능하면 복지국가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차원의 고용안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럽식의 복지국가를 만들어서 기본생활이 보장되게 해야 합니다.

국민들도 그래야만 진취적인 선택을 할 수가 있어요. 지난 10여 년 동안 의사, 변호사가 엄청난 인기직종이 됐습니다. 그전에도 인기였지만 외환위기 전까지는 지금만큼은 아니었어요. 경제학 상식으로 이해 안 가는 게 의사, 변호사가 늘어서 상대보수가 떨어졌는데도 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고용이 너무 불안하다보니 그래요.

부모들도 공대나 과학자 같은 것 말고 자격증 따서 의사가 돼서 안정된 삶을 살라고 요구합니다. 개인적으로 2번이나 수술을 통해 살아나서 의사는 존경하고 고마운 직업이지만, 어느 나라도 70~80%가 의사가 적성인 국가는 없습니다.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있는 거죠. 신자유주의에 의한 소득불균형이나 삶의 불안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Q.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큰 권력을 가진 한편, 거기서 폐해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보면 고용안정이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가에게 권력 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신자유주의가 잘못됐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장 교수 : 저는 고등학교 1학년2학기까지 한 대통령 밑에서 살았어요. (웃음) 요즘 젊은 세대는 이해가 안 가는 일이겠지만, 대학 때는 사복전경과 같은 장소에서 도시락도 먹고 그랬어요. 그렇게 살아서 독재에 대해 우려도 이해합니다. 지금 정부는 형식상으로는 민주화된 정부지만 안으로는 아니다보니, 정부에 그런 권력을 주는 게 옳으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정부밖에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그걸 싫어하죠. 그들이 전문가 운운하는 것도 국민들 얘기를 듣기 싫다는 겁니다.

신자유주의가 묘한 게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반민주적인 게 많다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통한 국가 개입밖에 없다고 봐요.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규제 없이는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방향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그랬는데, 그러려면 왜 대통령을 한 거예요? 우리는 반대로 불행한 정치적 역사 때문에 개입과 독재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걱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Q. 중국과 러시아가 발전과정에서 처음엔 석탄 등을 많이 써서 지구온난화가 확대된 것 같은데요, 아프리카가 러시아 모델 등을 따라간다면 전지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장 교수 :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마 지금까지의 기술패러다임으로 온 세계가 작동되면 지구 환경이 견디질 못하겠죠. 대기 중 온실가스는 추산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65~85%가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비롯된 건데, 그래놓고선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를 제한하면 문제가 되죠.

예를 들면, ‘동네의 식량공급이 제한돼 있고 남은 게 없으니 먹지마라’, 후진국들한테는 그렇게 들리죠. 그걸 공평하게 하려면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돈을 주던지, 친환경기술을 싼 값에 공급해주던지, 친환경기술을 촉진하고 후진국 환경에 맞는 기술을 만들어주던지 해야죠. 그런데 사실 선진국들, 그런 거 안 하거든요. 그러면서 산업화 말라고 하면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껴지는 거죠.

또 후진국 입장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게 친환경기술 개발할 능력이 없다는 거죠. 선진국들이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정말 (지구온난화)문제가 심각해지면, 강제력으로 후진국의 산업화를 방해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쪽으로 가면 안 되겠죠.

지금 당장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인도도 산업화 정도가 낮아서 그런 나라들이 산업화를 한다고 지구환경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20~30년 후면 그런 나라들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런 때가 오기 전에 시스템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제가 환경문제 전공은 아니라서 어디까지 얼마만큼 해야 한다 말은 못하겠습니다.


Q. 미국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관료들은 올드보이들이 귀환했습니다. 미국 행정부 인선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또 개도국한테는 유치산업이 유리하고, 선진국에겐 자유무역이 유리하다면, 그 선이 어느 정도에서 정의될 수 있는지요.

장 교수 : 폴 볼커(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인)는 레이건 시절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을 하면서 통화주의를 앞장서서 했던 사람이고, 로렌스 서머스(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는 미 재무부 차관하면서 IMF때 우리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하라고 윽박지르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인 람 이메뉴엘은 공식적으로 월가 헌금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금융시스템을) 고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라는 사람은 그걸 보면서 “오사마 빈 라덴을 데려다가 테러를 뿌리 뽑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어요.


그 사람들도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라 예전과 똑같이 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한쪽으로 쏠려 있는 사람들이라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기본적으로 회의가 들어요. 오바마는 원래 좌파도 아니지만 (정부에) 데려다 놓은 사람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집니다. 월가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라. 상황이 (지금과) 많이 바뀌어서 그 사람들이 나가고 스티글리츠 교수와 같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 전에는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유치산업이 언제까지 유효한 거냐. 사실 이건 선진국에도 나라에 따라서는 유치산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뒤늦게 특정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경우에 말이죠. 가령, 유럽은 에어버스를 만들 때 엄청 보조해줬어요. 지금은 에어버스가 보잉을 뛰어넘는 회사가 됐지만, 당시 유럽 입장에서는 항공이 유치산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하는지 보면, 국민소득, 제조업 생산성 등을 미국에 비교하면 40~50%정도 되는 나라에요. 그런 나라 같으면 아직 (유치산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준이 70~80% 가면 그땐 개방해서 자극을 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는 거고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우리가 유치산업 보호를 포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Q. 우리 경제 현실을 보면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할 공공적 성격의 금융기관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한 견해와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장 교수 : 우리나라 산업은행은 영어로 하면, 개발은행(Development Bank) 입니다. 상업은행들은 길게 꿔주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기금융을 주로 하죠. 외국에서도 개발은행 중에 산업은행은 잘 한 경우로 평가하고 있어요. 중화학공업시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요. 그런 산업은행이 투자은행(IB)을 해야 한다고 요즘 얘기하는데, 걱정하는 건 IB는 산업은행이 원래 해왔던 것, 미국 IB들이 19세기말에 했던 기능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IB는 레버리지 높여서 금융을 위한 금융을 하는 곳인데, 저는 (산업은행이) 그 모델을 따르면 안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것을 뛰어서 민영화하는 게 능사냐는 거죠. 제가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을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장기융자는 누가 할 것인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있던 중소기업은행은 ‘중소’를 빼고 기업은행으로 만들고, 산업은행을 투기적 IB로 만들겠다니. 저는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할 기능이 뭔지, 옛날에 잘 한 게 뭔지 비춰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과거 ‘재벌과 대타협해서 공생하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가령 지금의 삼성은, 사회적으로도 지배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써야할까요.

장 교수 : 2003~2004년인가 SK소버린 사태 때, 재벌과 사회적 대타협하는 것을 얘기했어요. 도덕적 당위론적 차원이 아니라 현실론적으로 가능한 방법 중 전국민에게 좋은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2005~2006년 한겨레에 기고하던 시기인데,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관련해 칼럼을 썼어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댓글에 이런 글이 있었죠. ‘외국에 오래 있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삼성은 사카린 밀수를 한...’ 2003년부터 거르지 않고 언론에 기고를 했지만 독자댓글에 반응한적 없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했어요. (웃음)

그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세상에 깨끗한 자본이란 없습니다. 서양 자본들은 식민지를 착취해서 돈을 모은 거고 온갖 부정을 다 저질렀습니다. 카네기도 사설탐정 총으로 노동자들을 쏴 죽였어요. 그렇게 따지자면 차라리 사회주의 혁명을 하는 게 낫습니다. 저는 동조하지는 않지만, 일관성이라도 있지 않습니까. 소액주주 운동도 훌륭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액주주 운동하는 분들이 얼마나 됩니까. 그래서 현실 가능한 방법 중에 뭐가 제일 좋겠냐고 생각하다보니 그런 주장을 내놨죠.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맥락이 바뀌고 있습니다. 자통법(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재벌들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려고 꾀하고 있어요. 당시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당시의 맥락을 보면 법을 바꿔서 자본들한테 다른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거였죠. 복지가 될 수도 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올바른 행동이라든가, 그런 식으로 얘길 한 거죠. 재벌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도 없고, 이걸 이용해야 하는데, 제 가치관으로는 복지국가 받아내는 게 맞다고 본 겁니다.
 


Q. 국가재정이 악화되는데 감세가 바람직한지, 1% 특권층한테 당신네들 혼자 성공한 게 아닌데 그것을 계속 강화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각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다리 걷어차기’처럼, 우리도 자국 이익 때문에 걷어차고 차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장 교수 : 정부는 부유층 감세 등을 통해 지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요를 부양하는 것이 필요하니까 정부재정 적자를 확대하는 게 맞을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거나 지출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세금을 깎아주기보다는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경제규모에 비해 복지지출이 너무 형편없습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복지지출이 높게 봐도 9%가 안 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23%보다 낮은 것은 물론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적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보다 낮아요. 가난한 사람들의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정부가 감세하겠다는 것은, 부자들한테 돈을 벌 수 있는 인센티브 더 줘야 부를 창출해서 모든 사람이 잘 살게 할 거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경제성장이 잘 된 국가는 하나도 없어요. 1978년 중국처럼 지나친 평등주의를 풀어줘서 잘 된 적은 있지만, 더 불평등하게 만들어서 잘 된 적 없습니다.

부자도 혼자 잘 나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가 진 빚이 뭔가 생각하면 무조건 세금을 덜 내겠다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겠죠?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감세하겠다고 하는 건, 이런 비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옆집의 잘 사는 살찐 사람이 다이어트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나라도 사다리는 이미 차기 시작했습니다. 선진국들만큼 공격적이지 않지만 WTO가면 선진국 편에 서서 얘기합니다. 또 우리도 선진국의 해적판을 보고 자랐는데, 지금 중국, 베트남에게 우리 것을 베낀다고 뭐라고 그러죠. 안 그랬으면 하는 게, 역사적으로 한국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에요.

지금 선진국들은 동아시아에 비해 경제성장을 느리게 해서 예전에 자기네들 국가가 가난했을 때,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지적재산권 도용하면서 성장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본도 그 세대는 이미 지나갔고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으로 목소리나 역할을 낼 수 없는 나라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라가 유일하게 한국인데, 한국이 그걸 안 끊으면 누가 끊겠어요.


Q. 책 마무리를 희망적으로 쓰셨습니다. 슈퍼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덕성도 다른 상품처럼 가격만 맞으면 사고팔 수 있고, 도덕적 의무도 사고팔 수 있는데, 너무 낙관적으로 쓰신 것은 아닌지요.

장 교수 : 학생들한테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20세기 초 사상가인 그람시는 이런 말을 했죠. 이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 현실은 냉혹히 판단하되,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조금씩이라도 발전합니다. 노예, 여성투표권 등 옛날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이뤄졌어요.

사실 금융위기가 일어났는데도 덮고 넘어가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바꾸기는 힘들지만 당장 안 되면 아이들 세대에서라도 좋아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현실을 몰라서 그러는 것보다는, 한 분이라도 (얘기를) 들어 주신다면 그런 분들이 모여서 사회가 좋아지고 바뀌지 않을까요. 


Q. 지금 정부는 비전도 없고 신자유주의를 가속화하려고 하는데, 이를 막으려면 시민들의 정치적 행동 밖에 없는 것인지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다면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요. 

장 교수 : 민주주의에서 정부가 잘 못하면 국민의 책임이죠. (웃음) 어려운 문제입니다. MB를 찍은 많은 분들이 신자유주의 강화를 위해 그렇게 한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죠. 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계속 알려야 합니다. 보궐선거나 지자체 선거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주변을 설득해야 합니다.

여기 오기 전에 김수행 교수님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많은 이야길 나눴습니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각자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글 쓰고 강의하는 것이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하고요. 다른 자리에 있는 분들은 다른 형태로 할 수 있겠죠. 언론사에 충고나 비난을 할 수도 있고, 노동운동, 학생운동 등 다 같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건, 선거를 통해서건, 의사를 표시해야죠. 개인의 힘은 작지만, 그것이 모여서 전체의 힘이 됩니다. 서 있는 자리가 각자 다르지만 작은 힘이라도 하나둘 같이 모여야 사회를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Q. 옛 말에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습니다. 요즘 금융위기를 보면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모두에게 조금씩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유동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융이 공익성을 방기하고 수익만 추구하는 탐욕을 드러낸 거죠. 이번 위기의 요인과 전개를 어떻게 보시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장 교수 :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한다’는 말이 사실 맞는 말인데, 현실은 그렇게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세금을 내서 메워주고 있거든요. (웃음) 실물과 괴리된 금융을 만들어서 이 지경까지 온 겁니다. 유동성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규제를 완화해서 주고, 만든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을 규제당국이나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런 파생상품들이 없어지고 소비자들도 그런 걸 안 써야 합니다.

선진국에서 의약특허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한 큰 제약회사 임원이 신문에 기고를 해서 ‘왜 우리가 아프리카 문제를 해결해야 하냐’고 적었어요. 그러나 저는 (그 회사가) 그런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기업체보다 사회적 책무가 더 크니까 규제를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IB나 헤지펀드는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규제를 더 받는 게 맞습니다. 사회적 책무를 봐서도.

어쨌든 천사처럼 행동하는 정부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고민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 낙관이죠.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최근, 아는 사람이 영화 보러 가잔다.
답했다. "아임 쏘리. ㅠ.ㅠ 오늘, 야구 봐야 해."

그랬더니, 야구에 흥미 없는 그 사람, 그런다.
"좋겠다. 야구에 미쳐서. 그렇게 미칠 수 있는 걸 가진 니가 부럽다."

아, 내가 야구에 미쳐 있었던가. 흠. 쫌 그럴 수도.^^;;
오두방정 간혹 떤다. 봄은 야구와 함께 오고, 가을은 야구와 함께 접힌다고 호들갑 떨지.
 
단언컨대, 야구! 사람을 살게 하는 것 중의 하나요!  
오죽하면, 《두산베어스 때문에 산다》는 책도 나오겠냐!
나는 아마 쓴다면, '노떼자얀츠에 살고, 노떼자얀츠에 죽는다'고 쓰겠지? :)

비록, 노떼가 가을야큐에 올라갔다 이내 미끄러지고,
노떼 야구를 지난 3년 간 확 바꾼 우리 교주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않아서,
제리교 신자인 나는 무척 화가 난 가운데서도,
한국시리즈를 즐기고, 다시 돌아올 야구 시즌을 아기다리고기다리!!! 

야구장, 다 좋은데, 하나 아쉬움이라면, 
'키스 타임'에 카메라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 
(야구장의 빅재미, '키스 타임'은, 정확하진 않으나,
1970년대 관중 격감으로 고민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관중 동원 아이디어로 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팀과 시기를 정확히 알게 되면 수정하겠다!)  
 
가장 큰 이유는 뻔하다.
거의 서울에서만 경기를 보러 가니, 홈팀 응원석에 앉을 까닭이 없어서다.
원정 응원석은 '키스 타임'이 없다. 홈팀의 '키스질'을 전광판을 통해 관음(!)할 뿐.

그렇다고, 
어떻게든 키스질 하겠다고 홈팀 응원석에 암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ㅠ.ㅠ
아, 사직(야구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아니면, (LG)트윈스나 (두산)베어스 혹은 (넥센)히어로즈 팬인 뇨자를 사겨? ㅋ


뭐, 진부하고, 식상한 이런 얘기들. 
"야구는 인생이다." "인생은 야구다." "야구와 인생은 닮았다."
물론 그 이유도 타당하고 의미 있지만,
야구가 아닌 다른 무엇을 대입해도 인생은 속속 아귀가 맞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나는 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나는 야구를 통해 세계를 바라본다. 
나는 야구가 주는 빅재미에 살아있음도 느낀다.

천하무적 야구단(천무)을 만났다. 
더 정확하게는 천무의 이경필 코치와 이야길 나눴다.
촬영 중인줄 모르고, 필 코치에게 뭔가 말하러 갔는데,
촬영 스태프들이 엄청 쫑크를 주더라. 된장, 누가 알았냐! 

백지영씨, 와~ 예쁘더라. :)
김창렬씨, 장난꾸러기 이미지 그대로다. 

아래는, 필 코치와 야부리 나눈 기록.

그나저나, 자자 내년 2011시즌, 야구장 가서 함 놀아보자!
홈 구장은 원정 응원석에도 '키스 타임'을 누릴 기회를 달라! 키스 미, 달링~
아울러 (노떼)자이언츠로 개종 대환영! 커피 무료 제공! 간혹 야구장 데려 감!  

야구, 사람을 살게 하는 한 가지 방법
『필 코치의 필 꽂히는 야구 코칭』 이경필


바야흐로, 야구 시즌의 정점. 봄부터 씨앗을 뿌린 야구가 결실을 볼 시점이다. 그러니, 가을야구라는 일컬음에는 얼마나 많은 의미가 농축돼 있겠나. 약간 과장해보자. 야구 없이 가을을 이야기하는 건, 가을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뻥’을 튀겨서,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말을 변용하여, ‘올 가을 세상은 야구가 될 것’이라며 오두방정도 떨었다. 물론 가을야구에 탈락하거나 가을야구 도중 미끄러진 팀의 팬에겐 가을이 소멸할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는가.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세상은 ‘야구 맛’에 빠져 있다.

감히 말하건대, 야구는 명백하게 국민스포츠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은 29시즌 가운데 가장 많은 592만8626명이었다. 그전부터 인기야 있었지만, WBC, 베이징올림픽 등을 통해 더욱 불꽃이 튀었다. 그깟 야구가 뭐냐고, 툴툴 거리던 사람까지 휘어잡은 야구의 매력. 더구나, 그간 남성의 스포츠로 알려졌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여성들이 야구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야구 아는 여자, 님 짱 드셈! 와우~ 야구는 좋겠다. 여성 팬이 많아서.

일찍이, 미국의 언론인이었던 레너드 코페트.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원제. 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선수와 감독이 일궈 가는 작품, 야구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확실한 인간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언제나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당사자의 의지나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내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아, 야구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중의 하나가 아닐까. 예술로서의 야구, 통합으로서의 야구에 대한 매혹 때문일까. 국회의원들이 사회인 야구팀 ‘이구동성(異口同聲)’을 만들었다. 이런 취지를 덧붙여. “대한민국 국회가 너무 소통이 안 돼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데,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여야가 팀플레이하는 방법을 배우겠다.” 연예인들 야구팀이야 익히 알려진 바지만, 최근 가장 주가가 오르고 있는 연예인 야구팀이 있다. 맞다. 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무).

천무, 그저 예능으로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천무를 보자면, 야구는 그들에게 삶의 자세처럼 다가온다. 야구를 통해 드러나는 생의 한 자락을 본다. 그들의 야구를 통해 나는 또 하나의 야구를 본다. 생을 감식한다. 야구의 ‘ㅇ’자도 모르던 어떤 이들이 어느덧 공을 잡고 친다. 달린다.

그들이 변모한 배경에 코치 이경필이 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전 투수.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퇴해야 했던 비운의 야구선수, 라고 생각했었다. 경기력 높은 프로야구를 하다가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사회인 야구로 와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편견도 가졌다.

그런데 어라? 만나보니 달랐다. 그는 되레 사회인 야구를 통해 ‘레알’ 야구의 재미와 기쁨, 의미까지 깨닫고 있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사랑은 더 커졌다. 책까지 펴냈다. 『필 코치의 필 꽂히는 야구 코칭』(이경필 지음|아우름 펴냄). 그야말로 역전타! 지난 7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리는 날, 내게는 대참사(?)가 있었던 그날! 천무의 야구 시합이 펼쳐지기 전, 청주 야구장에서 필 코치와 함께 야구의 맛을 함께 씹었다.  

한 번 묻자. 당신은 어떻게 야구를 즐기는가? 야구장 티켓 끊고, 유니폼과 독특한 문구의 피켓을 준비해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곁에 두고,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의 몸짓에 따라 목청껏 응원을 하는 직관(직접 관람)? 아니면 집에서 채널 사수나 지인들과 단관(단체 관람)?
필 코치는 그것도 좋지만, 사회인 야구에도 직접 뛰어볼 것을 권한다.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야구가, 일상에 지친 당신을 살게 할지도 모른다.

구기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들어와야만 점수가 매겨지는 종목, 야구.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가 야구가 아닐까, 오랜 시간 야구를 즐겨온 팬으로서 감히 단언한다.

언젠가 끝내기 결승타를 때리고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는 것이 바람 중의 하나인 나는, 그런데 걱정이 있다. 야구가 아스러지면서 가을은 막을 내릴 것이고, 봄과 함께 야구 씨앗이 뿌려질 때까지 기다림 모드로 버텨야 한다. 『H2』와 같은 야구 만화도 다시 들춰보고, <날 미치게 하는 남자(Fever Pitch)>와 같은 야구 영화도 다시 끄집어내겠지만, 아, 내일은 뭐 입지...




필 코치, 야구 책을 내다


첫 책을 낸다는 것, 기분이 어떤가.

내 이름을 달고 나와서 기분도 좋고, 영광이다. 야구선수 하면서 이렇게 이름 달고 책 나오기가 쉽지 않고, 팬들이 많이 사랑해줄까 우려도 있었는데, 호응이 좋아서 많이 고맙다.

야구 코치하랴, 방송하랴, 쉽지 않았겠다. 책을 쓴 계기는 뭐였으며, 책 쓰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야구에 대한) 교과서적인 책이 많은데, 내 성향 상 그런 딱딱한 건 싫었다. 콘셉트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고, 천무처럼 부드러운 걸 넣어서 쓰게 됐다. 27년간 야구를 해서 그까짓 거 어렵겠냐 했는데,(웃음) 막상 써보니 너무 힘든 거라. 함께 쓴 작가랑 고민 많이 했다. 야구에 대해서라면 무엇이 좋고 나쁜 건 충분히 아는데, 직접 보여줄 순 없고, 글로 풀자니 애로사항이 참 많았다.

책을 보지 않은 분을 위해, 저자로서 어떤 책인지 소개해 달라.

이 책은 굉장히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중급 이상은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년 차 되시는 분들도 깊게 들어가면 모르는 것도 있거든. 그런 분들도 책을 보고는 이런 기본도 있구나, 하는 말씀을 하신다. 중간 중간에 천무 얘기가 있어서 여성분도 재밌고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고, 초급도 중급으로 빠르고 경쾌하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의 책이다. 특히 한발 더 야구장에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책이고, 야구를 잘 모르는 여자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야구장에 가서도 싸우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웃음)

“직접 야구를 하는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위한 책이지만 누구나 아는 내용을 길게 풀어 헤치고 비슷한 경우를 반복하는 야구 이론서나 야구 교본, 야구 교과서는 아니다. 게다가 관중석에서 야구를 관람하기만 하는 에세이나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는 정보지는 더더욱 아니다.”(p.5)

많은 사람들에게 ‘천하무적 야구단’의 코치로 인식돼 있다. 책에 살짝 언급이 돼 있긴 한데,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야구를 그만두고, 창렬이 형(‘DJ DOC’의 김창렬)에게 연예인 야구팀 감독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창렬이 형이 야구가 아닌 방송의 길로도 가보라는 얘기를 내게 했고, 결과적으로 천무는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게 됐다. 천무의 코치가 됐고, 지금처럼 잘 된 거지.(웃음)

(김창렬 씨와는 선수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나?) 그건 아니고, 2007년 겨울에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창렬이 형을 만났더니, 형도 마침 야구를 무척 좋아하고, 방송을 통해 윈-윈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승엽 선수에게 빈볼을 던져야 할 때, 던지지 않고 넘어간 에피소드, 박찬호 선수가 너무 무서운 선배여서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점 등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더라. 혹시 넣고 싶었는데, 책에서 빠진 에피소드도 있나.

비하인드 스토리야 무척 많지. 그런데 다 실을 수는 없었다. 그런 얘기가 너무 많으면, 중요한 야구 얘기나 정말 전하고자 싶은 얘기를 못 실을 것 같아서, 그런 얘기는 양념처럼만 넣었다. 사실 예전에 선수 생활할 때는, 야구를 그렇게 재밌게 하지 않았다. 매 맞는 얘기, 술 먹고 생긴 에피소드 같은 얘기가 많은데, 그런 얘기를 마구 넣을 순 없잖나. (웃음)

필 코치, 야구야~ 사랑해!

“나는 야구 선수다”의 의미를 사회인 야구를 접하면서 더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 말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은 때나 계기는 뭐였나.

야구를 그만 두고, 야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힘든 시기였다. 정말 사랑했던 야구인데, 아픔으로 다가와서... 그런데 내 가슴 깊이 야구공이 있는 것을 사회인 야구 감독을 하면서 깨닫게 됐다. 사회인 야구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것으로 행복을 줄 수 있고 도움이 된다면 나한테도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구나 싶더라.

“나는 야구 선수다. 단순한 이 말 한마디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야구 선수였던 나도 미처 몰랐다. 오히려 사회인 야구 선수로 활동하는 분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셨다.”(p.5)

사회인 야구가 정말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물론 선수를 적극적으로 키우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예전에는 (야구 하다가) 유리창도 깨고 그런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다. 성인들이 자신의 마음 깊숙이 갖고 있던 야구를 끄집어내게도 하고 싶었다. 어린이 야구교실도 운영하는데,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이 아닌 실전 게임을 하면서 어른이 돼서도 사회인 야구 선수나 야구팬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책도 그런 뜻을 펼칠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된 거다.

올해 아쉽게 못 미치긴 했지만, 곧 프로 야구 600만 관중 시대도 열릴 테고, 야구는 이제 국민 스포츠다. 야구인으로서 이런 야구 열기, 어떤가.

무척 좋다. 이로 인해, 야구를 그만둔 분들도 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이런 열기를 앞으로 어떻게 이끄느냐가 더 중요하다. 구단도, 선수도, 팬도 더 많은 신경을 써서 질적인 향상으로 연결돼야 한다.

사실 요즘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수준이 꽤 높아졌다. 간혹 만나는 마니아들을 보면, (지식이나 정보가) 굉장하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웬만한 팬들이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 질문 정도를 보면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다.

그런 야구 열기는 고스란히 사회인 야구로 옮겨가고 있다. 팀도 엄청 많아지고. 사회인 야구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떤가.

굉장히 뜨겁다. 회사 다니면서도 새벽부터 오전, 오후, 야간까지 빼놓지 않고 오는 분도 있다. 다만 가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운동장에 와서,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야구장을 건설해보려 준비해봤는데, 현실적으로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지 않으면 힘들다. 지자체가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인 야구가 훌륭한 야구장을 원하는 것도 아니잖나. 빈 공간만 잘 활용할 수 있게끔 해줘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사회인 야구팀이 약 1만 여개가 있다. 한편에서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해체되기도 하는 실정을 감안하더라도 7~8천 개의 야구팀이 있으며, 한 팀에 소속된 인원을 20~25명 정도로만 생각해도 2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선수들이 우리 야구를 지키고 있다.”(p.5)

사회인 야구 리그가 전국적으로 약 150개, 지역별 관공서 리그까지 합하면 200여개라고 했다. 엄청 많은 거 아닌가?

엄청 많다. 리그에 못 들어가는 팀도 있다. 겨울시즌에 리그에 가입을 못하면 시즌 중반에 못 들어가니까. 리그에 들어가도 1년에 12게임 밖에 못하는 실정인데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인 협회가 없다는 거다. 주먹구구식의 운영이 이뤄지고, 선수 출신을 가리는 문제도 있고. 사회인 야구도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긴 하다. 우리 프로야구도 성장통을 겪다가 자리를 잡았듯, 사회인 야구도 성장통을 격고 올라가다보면 자리가 잡힐 것으로 본다.
   

프로 야구 선수 출신으로서 처음 사회인 야구에 몸담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프로 야구는 직업이라, 사실 즐기면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면, 야구에 대한 애착을 잃는 경우도 있다.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거지. 나도 그랬다. 힘들게 훈련하고 목표를 위해 달리다보니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거지.

사회인 야구에 참여하고 일반인들이 뛰는 것을 보면서, 나의 열정은 어디 있었나 생각하게 됐다. 그 분들이 나를 불타게 만들었다. 나의 야구공을 꺼내줬다. 엉성하지만 열심히 뛰는 자세가, 아파도 집에 가서 동영상을 찾아보는 등 열정이 대단하더라. 그것 때문에라도 열심히 가르쳤다. 천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방송이라고 대충 했으면, 나도 그리 열심히 안 했을 텐데, 정말 열심히 했다.

실력도 정말 좋아져서 천무는 지금 3부 리그 상위팀 수준이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 흐뭇하다. (웃음) 다른 사회인 야구팀들도 천무팀과 경기 전에는 우습게 생각하다가 1회를 지나면 놀란다. 요즘은 물론, 경기를 하는 사회인 야구팀들도 긴장을 하더라. 최근 3연승할 때, 정말 깜짝 놀랐다.

필 코치, 야구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천무를 봐도 그렇지만, 사회인 야구에서 득점은 공격을 잘해서라기보다 상대 팀이 수비를 못해서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회인 야구의 수비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대개 사회인 선수들은 배팅을 하고 싶어 한다. 눈에 보이기 때문에. 경기를 끝내고 집에 가도 부인이나 아이가 몇 개 잡았냐고 안 물어보잖나. 몇 개나 쳤느냐, 고는 물어봐도. 그만큼 방망이에 치중하는 거지. 따지고 보면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인데, 수비 잘 하는 팀이 이긴다. 100점을 내도 101점을 주면 지는 게 야구다. 그만큼 디펜스(수비)가 중요하다. 펑고를 많이 받고, 수비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이 사회인 야구에서 강팀이 되는 지름길이다.

“나는 야구 초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훈련이 바로 수비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타격은 개인적으로 연습해도 되지만, 수비는 호흡을 맞춰야 한다. 어느 한 명이 뛰어나다 해도 소용없다.”(p.138)

기본기를 많이 강조했다. 사회인 야구에서 가장 간과하는 기본기가 있다면.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다. 기본기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 양준혁 선배의 타격폼이 다소 웃기긴 하지만, 몇 십년동안 스스로 갈고 닦은 폼이잖나. 각자 체형에 따라 맞는 스윙이 있다. 체형에 맞게 바꾸는 건 좋은데, 기본을 모르고 따라한다면 문제가 있다. 기본이 없으면 집도 그렇듯 쉽게 무너진다. 사회인 야구에서도 후보가 되면 속된 말로 쪽팔리잖나. 사회인 야구에서는 수비를 잘하면, 감독이 기용을 한다. 수비를 잘하면 경기에 잘 나갈 수 있다.

“사회인 야구 선수의 대부분은 초급과 중급 훈련을 동시에 연습한다. 너무나도 강한 의욕의 결과인 것이다. 하루빨리 멋진 플레이를 펼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본기 없는 업그레이드는 허공에 짓는 가상의 집과 같다.”(p.163)

책은 야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일단 야구장으로 향하라고 말한다. 야구장 가는 즐거움, 어떤가.

대개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힘들고 지친다. 그런 와중에 야구장은 일상의 탈출구이자 좋은 기분을 만들 수 있다. 기대심리도 있고, 설렘도 있다. 야구장에 가면서 오늘은 어떻게 플레이를 할까, 상대팀 어떨까, 상상을 하는 거지. 더구나 경기를 잘하면 치맥(치킨과 맥주)하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새로운 일상을 맞을 수도 있고.

요즘은 ‘보는’ 스포츠보다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잖나. 특히 야구는 몸소 하면, 프로야구를 욕하는 빈도도 준다. (웃음) 직접 한번 해보면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말로는 누구나 10할 타자지.

“그러나 처음엔 조금 힘들어도 막상 야구장에 나오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더욱 좋다는 사실은 야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최소한 제 발로 야구장에 걸어들어 올 중독의 증세를 보일 때까지는 이를 악물고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p.93)

야구는 멘탈 게임이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하는 스포츠다. 왜 멘탈이 중요한지.

야구는 항상 ‘넥스트 플레이(Next play)’를 생각해야 한다. 정적이지 않고 동적이다. 아무 생각이 없으면, 자신 앞에 타구가 와도 제대로 이를 처리할 수가 없다. 항상 넥스트 플레이를 생각해야 ‘본헤드 플레이’가 안 나온다.

또 한 번 못해서 질책이 나오면, 마음이 헝클어져서 플레이를 잘 못할 때도 있는데, 훌훌 털고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내가 못할 때도 있지만 잘할 때도 있음을 인식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야구야말로, 긍정의 힘이 중요한 스포츠다.

“투구든 타격이든 마음을 비워야 할 때는 비워야 한다. 괜히 야구를 멘탈 게임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p.109)

“사회인 야구에서는 작전이 제한적이다.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어서 괜히 작전을 걸었다가 실책으로 이어져 경기 흐름을 불리하게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알아야하는 이유는, 작전은 곧 규칙의 응용이며 ‘생각하는 야구’를 실현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p.201)

‘즐겨라’. 사회인 야구의 모토가 아닐까 싶다. 일부 리그에서는 ‘엔조이 야구’가 아닌 ‘전쟁 야구’가 되고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길 수 있을까.

음, 즐기는 게 쉽지만은 않다. 코치를 하면서도, 오늘은 (경기를) 즐겨야지 하는데, 집중하다보면 빠져 든다. (웃음) 스포츠를 즐긴다는 건, 룰루랄라가 아니라 집중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싶다. 물론 최선을 다하다가 지는 건 어쩔 수 지만. 허허실실 놀이동산에 간 것처럼 즐기는 게 아니고, 너무 심각하게 경기에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 가령, 슬라이딩을 깊게 들어가 상대팀 선수를 다치게 하거나, 판정에 불만을 품고 화내고 그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 같은 팀 선수가 공을 놓치거나 실수를 해도 잘 해줘라. 사회인 야구에서 때로 안타까운 건, 선수 간에 질책을 하는 거다. 사회인 야구 3~4년차 정도가 되면,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래서 못해도 질책하지 말고 끝나고 나서 차분하게 설명해주면 된다. 뭣보다 선수 간 질책은 안 된다. 

“…점수와 상관없이 야구 자체를 즐기다보면 오히려 흐름이 좋아질 수 있음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승부의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죠.…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게 사회인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p.216)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협동입니다. 사회인 야구는 직업이 아니라 일종의 레크레이션입니다. 승부를 너무 강조하면서 잘하는 선수만 내보내는 용병술은 좋지 못합니다.”(p.216)

야구는 부상이 많은 운동이다. 특히 사회인 야구에서 부상은 생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인 야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부상이 아닌가 싶은데.

맞다. 부상에 대한 문제가 정말 크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은 야구는 즐기러 온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 아니잖나.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누누이 스트레칭을 꼭 하라고 얘기한다. 경기 시작 10분 전에 헐레벌떡 와서 플레이볼하면, 마음은 홈런인데, 허리는 삐끗하고. (웃음) 최소한 30분 전에 와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찬바람 부는 때에는 워밍업을 안 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스트레칭은 기본이다. 또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게 하드볼의 위험성이다. 야구공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은 어디까지나 즐기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므로 부상 방지에 철저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즐거운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면 말이다.”(p.228)

돌아가신 임수혁 선수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사회인 야구에서도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 아닌가?

사실 거의 없다. 그렇다고 앰뷸런스를 세워놓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최소한 비상약품 정도는 주최 쪽에서 상비해놔야 한다. 산소호흡기 등 비상용 물품을 최대한 갖다 놓고 할 수 있다면 나을 거다.

(호흡법 같은 것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프로 선수들도 각인은 돼 있다. 호흡법도 잘 아는데, 막상 닥치면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장에서 그런 것을 갖춰 놓고 있어야 하는데, 수혁이 형은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사고를 당하신 거다. 많이 안타깝지만,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좀 더 안전하게 야구를 할 수 있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게 된 점도 있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인 야구에서 구급차는 물론이고 심폐소생술이나 긴급 의술을 수행할 인력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p.235)

천하무적 야구단이 ‘꿈의 구장’ 건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첫 삽을 뜬 기공식에 나서는 등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꿈의 구장,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준다면.

꿈의 구장은 말 그대로,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위한 꿈의 구장이다. 가족이 와서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선수들도 가족에 대한 부담 없이 야구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구장이 꿈의 구장의 모토인데, 전국적으로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축구장도 부족하지만, 야구장은 턱 없이 부족하니까. 꿈의 구장을 발판으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 코치, 야구 때문에 산다!

이경필에게 천무단은 어떤 존재인가? 

천무단은 지금 내 전부라고 생각한다. (웃음) 처음에 못했던 팀이지만, 지금 잘 할 수 있는 건, 내가 프로야구 출신이고 경력이 오래돼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르침을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뭣보다 4부 리그 루키에서 3부 리그 중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좋은 본보기다. 천무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해. (웃음)

처음엔 타구도 제대로 못 잡고 어설펐는데, 정말 놀랍게 발전했다. 명장은 선수들은 만드는 것이다. 펑고씩 100개씩 치라면 치겠지만, 선수들이 따라와 줘야한다. 코치, 감독이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하진 않았나.

처음에는 애매했다. 스포츠인지, 예능인지 애매한 면이 있었다. 내가 출신이 스포츠맨이다 보니 스포츠맨답게 다가갔는데, 잘 받아주더라. 진실성이 없었으면 천무도 없었을 거다. 딱 보면 알지. 시청자의 눈을 속일 수 없잖나. 그래서 리얼하게 갔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천무단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컸겠다.

보람은, 천무 선수들이고 팀 성적이다. 밖에서도 시청자나 팬들은 그것으로 판단한다. 뿌듯하고 흐뭇하다. (웃음) 

<베이스볼 터치>에서 나비넥타이가 인상적이다. 스스로 만든 콘셉트인가?

나름대로 고민을 좀 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딱딱한 거 말고, 변화무쌍하게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과감하게 해 봤다. 나도 무척 좋다. 연예인 야구 대회하면서 처음해봤는데, 느낌이 좋더라. 귀엽고. 그래서 <베이스볼 터치>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한때 고교무대를 풍미했다. 배명고를 전국대회 3관왕에 올려놓기도 하고, 국가대표 선수생활도 했다. 프로에 와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하다가 부상으로 결국 은퇴했다. 아쉬움도 있을 텐데...

아쉬움... 있지. 부상만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이 다 그렇잖나. 그때 내가 저기로 갔으면 하는 후회도 해 보지만, 지금은 없다. 하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프로야구는 응원할 뿐이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뛰고 싶지 않느냐고. 그런데 프로 선수 때보다 코치를 하면서 야구하는 기쁨을 더 크게 느낀다. 뛰는 기쁨이 아닌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야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선수생활을 27년이나 하면서 왜 그러고 있느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 (웃음) 안 해본 사람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잖나. 나는 지금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한다.

집필 계획이 또 있나. 아니면 다시 야구와 관련된 책을 집필하게 된다면, 어떤 내용의 책을 내고 싶나.

기회 되면 또 해보고 싶다. 지금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고, 교실이든 어디든, 사회인 야구를 알릴 수 있는 걸 많이 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다시 책을 쓰게 된다면 방향은 그때 가서 정하겠지만, 교과서적인 것은 많으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걸로 하고 싶다. 쉬운 게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27년 선수생활을 하고도 아직 야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담으면서 대중성에 포커스를 둘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경필에게 ‘야구’란?

음, 선수생활을 하면서는 그런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봤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야구는 내게 활력소이자 존재감이다. 이경필이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선수 때는 이렇게까지 느끼지 못했다.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인생 더러운, 세상 좆 같은 나 같은 놈에게,
혁명
은 눈 반짝, 귀 활짝, 심장 쿵쿵 뛰는 말.

아니, 혁명 말고 이 견고한 세계를 송두리째 바꿀 방법이 뭐란 말인가.

하지만, '혁명이라고 과거처럼 피 흘리고 폭력을 꼭 동반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우석훈 박사는 말하더라. '다른' 혁명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물론 그것도 명확하게 사회적 약자의 처지가 '확' 바뀌어야 함이 전제가 돼야 한다.

'스펙러(기득권이 요구하는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는 인간형)'들에겐 혁명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떻게든 기득권이 쌓아둔 정치경제구조에 '낑기는' 것이 목표니까. 다른 구조, 다른 세상, 혁명은 '다른' 것에서 때론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체 게바라의 혁명은 지금 어떻게 변용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혁명'에 대해 우석훈 박사와 이야길 나누고 들었던 기록. 혁명을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혁명이 필요해. 연대가 만드는 혁명. 어쩌면 시작된 혁명. 이 기록에도 긁적였지만, 혁명을 함께 상상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나의 커피 메뉴는 '루프리텔캄'. 혁명적 연대를 위한 당신을 위해 내리는 혁명 커퓌. 10월9일, 체(게바라)의 기일, 존(레논)의 생일에 찾아주시라!

=======================

20대, 쫄지 마, 혼자 있지 마, 우린 샤넬이 될 수 있어!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저자 우석훈


최근에 본, 고등학교를 자퇴한 16살 소녀에 대한 기사.
중학 시절까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이었던 이 소녀는, 외고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꼭 외고를 가겠다고 고집하던 소녀를 설득, 집 근처의 학교에 다니게 만들었지만, 소녀는 ‘나 같은 낙오자가 학교는 다녀서 뭐하느냐’며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결국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소녀는 학교를 그만두고, 심리상담 치료를 받으며 유학을 준비하고 있단다.

소녀의 어머니 얘기. “외고는 일류, 일반고는 이류․삼류라고 생각해 외고에 떨어진 자신도 이류․삼류 인간이라고 여기나 봐요.… 1년 전만 해도 외고 폐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최소한 어린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그게 마치 ‘행복의 순서’라도 되는 양 사회적으로 착각하는 짓은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삼류인간이라고, 낙오자라고 스스로에게 주홍글씨를 새긴 16살의 소녀. 그런 딸을 보며 가슴에 멍이 든 어머니. 단순히 이 소녀만의, 어머니의 문제일까. 누가 소녀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주홍글씨를 새기라고 사주한 걸까. 그 배후는 대체 누구냐.

시대의 잔혹과 우울이 잔뜩 묻은 이 기사를 읽고, 물었다. 못나고 못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세상에서 필요한 건 뭐? 하나밖에 없더라. 혁명.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 대세라는 말로, 무릎 꿇지 말고,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 다만, 숨 쉴 수 있는 통로나 공간이라도 형성하자는 것. 

지금 이 시대, 당신에겐 어떤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잔혹한 시대다. 지금-여기의 20대가 처음으로 만난 이 사회의 상징적인 한 단면은,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문구로 집약되는 괴기한 사회다.

“‘부자 되라’는 말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다. 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시민권이 없다는 그리스 시대의 경구를 되살리는 말이기도 하고, 이 말을 인사말로 주고받으면서 너도 부자가 아니고 나도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로에게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참 공허하지 않은가. 당신이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당신이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 역시 내가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사회에서 최고 경구가 된 시대, 그것이 지금 20대가 10대를 보냈던 공간이다.”(p.48)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의 힘을 절감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시대,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감히 생각했다. 저 이유만으로도 혁명이 일어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당신도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들고 일어나도 벌써 그랬어야 하건만, 좀 이상하긴 하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란츠 파농도, “혁명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건만.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의 탄생

갸우뚱했다. 아직은 견딜 만 한 건가? 이상하다 생각하는 와중, 만났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우석훈 지음/레디앙 펴냄). 혁명이라고라? 아, 이 얼마나 알싸하고 짜릿한, 우월한 단어던가. 내 심장은 두근두근 쿵쿵.

얼마 전, 9일 20세기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42주기를 혼자만의 방식으로 추모하면서 나는 혁명을 생각했었다. 이틀 뒤에는 사랑혁명가, 에디트 피아프를 떠올리면서 그러했고, 17일 세계빈곤퇴치의 날에는 지금 필요한 것은 혁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용히 어쨌다고? 책 제목 뒤에는 ‘시작되었다’는 말이 생략됐단다.

책의 탄생은 이랬다. 지난 2008년과 가을과 겨울 사이, 연세대에서 조한혜정 교수와 함께 진행 한 <문화기술지> 수업. 학기 말에 학원강사팀 학생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사들과 인터뷰한 보고서를 보고, 우석훈 박사(이하, 우박)는 출간을 결심했다.

“어느 정도 짐작한 내용이라도 ‘날것’의 현실에 부딪히는 순간은, 언제나 잔인하다. 가끔, 괜히 알아봐야 밥 먹을 때 불편하기만 하다면서 식품 안전이나 보건에 관련된 글이나 방송들을 일부러 안 보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인들의 이런 기피증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학자이지 않은가. 눈 감고 싶은 현실도 바로 보아야 할 때가 있다. 그 학생들의 보고서도 나에겐 그랬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다른 이들도 읽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p.22) (주. 책에 「20대 학원강사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보고서 일부가 실려 있다.)

우박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혁명’은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 낸 말 중 가장 격정적이고, 가장 많은 상상력을 집약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p.34)

“혁명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젊음은 좀 불행하지 않은가. 이 사실을 환기시켜 주고 싶었다. 또한 여러분을 꽉 막힌 틀에 가두어 길들이려는 세상 속에서 ‘혁명’이라는 말에서나마 숨통을 틔우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p.36)

혹, 혁명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드라마 <선덕여왕>은 그랬다. “먹고살 게 없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절규지 폭동이 아니다.” 그래, 세상을 향한 절규다. ‘나도 세상의 일원’임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세상을 전복하는 건, 다른 세상을 꿈꾸는 건, 무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당신의 상상력이 부족한 탓.

지난 23일 서울 연세대 공학원 강당에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출간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20대여, 쫄지 마, 떨지 마, 부활할 거야!’라는 제목으로. 예스24, 레디앙, 프레시안, 칼라TV, 연세대 학생복지위원회에서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의 사회로, 우 박사가 ‘88만원 세대에게 왜 혁명이 필요한가?’라는 발제를 했고, 2부 순서로 김지윤(고대 사회학과 학생), 노정태(칼럼니스트), 한윤형(칼럼니스트)씨가 참여한 토론이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우박을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이건 그러니까, 두 남자가 나눈 수다의 기록.
(※ 문맥에 지장 없이 인터뷰 질의응답을 아주 약간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린다.)


쫄지 않으려면? 혼자 있지 말고, 서로 인사부터!

책에 나온, 『88만원 세대』 출간 전, 공기업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20대의 임금을 삭감하는 일에 꼼짝없이 사인을 했던 고백이, 아프냐, 나도 아프다. “청년들을 좌절감을 빠트리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잖나. 왜 이 사회는 청년들을 좌절감에 빠트리고 방기할까? 혹시 아나, 알면 말해 달라.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미 세팅돼 있으니까. (사회가) 방기만 해도 괜찮은데, 청년들을 희생자처럼 몰아가는 부분도 있다. 사회가 어려우면 심리적으로 희생자 찾으려고 한다. 여성이나 이십대 등. 한국은 특히 이주노동자가 많지 않고, 청년들을 희생자로 몰려는 조짐이 있다.”

‘당사자 운동’을 강조했다. 그건 ‘쫄아 있음’을 깨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쫄지 않기 위해, 당사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뭐?

“약간 상징적으로 표현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들겨야 한다. 혼자 있으면 안 된다. 차라도 같이 마시고, 밥도 같이 먹고, 생각이나 뜻을 나누기 전에, 인사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녕, 친구’.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모르는 20대랑은 서로 보려고도 안 하고, 친구도 서로 잘 될 때만 보고 어려울 때는 보지 않으려 하고. ‘관계 결핍’이라고 사회학적 용어가 있다. 조그만 네트워크라도 만드는 것이 쫄지 않게 만드는 거다. 혼자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있나. 친구 안녕. 쫄지 마! 죽지 마!”

“내 몸은 신자유주의예요”라고 몸으로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자식들에 대한 표현이 딱이었다. 아마 자신의 삶과 영혼이 꼰대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걸? 잘 놀지도 못하고 개성도 부족한 게, 그냥 질질질이다. 

“그게 종속인데 즐거운 게지. 스펙 쌓고 있어야 편한 거거든. 바깥에서는 불안해 못 견디는 거거든. 자기 삶을 살면 되는데 천만에. 누군가에게 고용될 수 있어야 행복한 거다. 고용이 안 돼 있으면 불안하고. 고용이라는 것이 절대 권한을 갖게 된 거다. 고용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말고는 없는 것처럼 여긴다. 다른 가능성들을 스스로 열어야 되고, 열 수도 있는데 아놔~ 전부 한 길로만 들어서니까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거 아니냐!”

책에도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나 스포츠스타에게서 사회적 발언을 별로 들을 수가 없다. 그나마 윤도현, 김제동과 같은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공영방송에서 퇴출(!)됐다. ‘밥줄공안’, 장난 아니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없는 이 비애하곤...

“왜냐! 그건 대중들이 사회적 영웅한테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에게는 물어본다. 모피코트 입을 거냐. 낙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자체가 정치는 아니지만 성향 물어보는 건데, 우리는 어찌 보면 너무 질문을 안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얘기 안 하는 게 당연하다. 질문을 던지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고.

가령 힙합하는 프랑스 가수에게, 알제리출신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본다. 그러면 자기 입장 밝히고. 그러면서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간다. 프랑스에서는 다 물어본다. 마약, 낙태... 한국은 그런 거 안 물어보잖나. 기껏해야, 뭐 좋아하냐, 뭐 먹고 싶냐.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게 한국은 약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언론의 잘못도 크지 않나?) 언론이 너무 상업성으로 가서... 한 사람의 팬이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한테 팬덤을 느끼는 것은, 예술성만이 아니다. 그 사람의 총제적인 삶과 정신․문화적 소양을 묶은 것이 팬덤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제3세계 민중이나 아동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그러면서 진짜 입양을 하고 보여준다. 그런 것을 보면, 말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팬들이 끄덕끄덕. 펠레 같은 경우도 중남미 빈민을 대변하고 전세계 가난한 축구선수를 대변한다. 그래서 축구대통령 아니냐. 공만 잘 차서 그런 것 아니다.”

앞선 『괴짜경제학』 관련한 건대 강연에서 ‘삽질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이길 수 없다’는 말, 오오~ 인상 깊었다.

“사유를 이론적으로 해도 되지만, 문화현상 자체가 사유는 아니다. 독서, 음악 등 총체적으로 해야 하는 거다. 꼭 앉아서 하는 것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토익 점수를 10점 높이기 위해 1년을 썼다. 그거야말로, 삽질 아니냐.”

개인의 노력만으로, “너만 잘하면 돼!”라며 이 엄혹한 시대를 뚫으라고 말하는 책이나 꼰대들은 무책임하다.

“20대가 그렇게 하면, 자기들은 룰루랄라 편하겠지. 부리기 쉽고 자르기도 편하고. (개인의) 상품화를 더 강요하는 거다. 일제강점기나 근대화를 할 때 문학하는 사람들은 ‘레디메이드 인생’ 등이라고 하면서, 시대가 잘못됐다고 말했는데, 지금의 많은 책들은 잘못된 것에 상당부분 공조하는 거 아닌가? 같이 사는 사회는 딴 게 아니다. 인간이라는 게 종족에 대해 진화해야 하는 건데, 혼자 해서 되는 거, 없다. 너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 것, 없다. 어떤 종교 책을 펴 봐라. 모든 종교 책은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지옥 갈 사람들이라고.”
 
앞선 강연에서 방화는 안 되지만, 유리창 정도는 깨도 된다고 그랬잖나. 무장한 10대가 없어서 지는 거고, 앞으로 집회하는 분들은 전략적으로 무장 10대를 달고 있어야 한다는 말, 깔깔깔이었다. 무장십대양성론?

“한국의 지금 사교육 체계가 10대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 10대 때 그러면 개인적 희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움직일 길이 없을 거라고 본다. 10대 해방이 내가 꿈꾸는 희망 중 하나다. (웃음) 공부 좀 덜 시키고 영화든 피아노든 하고 싶은 것을 애들이 하는 거, 그게 해방 아니냐. 10대 해방 만세! 우파들은 10대, 20대를 잠재적인 비행 청소년으로 몬다. 공부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 있는 건데. 재미있는 것을 잘 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우파들이 문화에 자신 없으니까 통제하려는 거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상위 5%가 전국 토지의 25~30%를 소유하고 있었고, 프랑스혁명사는 이에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이곳은 이상해. 1988년 기준으로 상위 5%가 전국 사유지의 65%를 소유하고, 지금은, 모르긴 몰라도 상위 5%가 더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겠지만, 아직 혁명의 파토스는 없다. 왜 우리는 아직?

“두 가지가 있다. 유럽은 스스로 근대를 열었으나, 한국 민중은 근대를 스스로 연 게 아니다. 좋든 싫든, 주입된 거지. 스스로 주인 된 경험이 익숙하지 않다. 기분 나쁘면 에너지가 생기는데도 그걸 민족주의로 빼 버린 것 같다. 일본이나 중국을 이겨야 한다는 그런 민족주의. 한국 통치자들이 그런 민족주의를 잘 활용한 사람들이 아니냐.

박정희는 밖으로 북한과 경쟁하고, 안으로는 지역 간 경쟁을 부추겼다. 진짜 문제를 은폐하려는 시도지. 부자를 싫어하는 것보다는 전라도를 싫어하게 만든. 박정희의 유산인데 아직 청산이 안 된다.

혁명이라는 것 자체는 정의하기 어렵고 우연적인 요소가 많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사건 때문에 혁명은 일어나곤 한다. 아주 작은 것. 어떤 혁명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혁명은 일어날 거다.”

혁명의 다른 말은, ‘다른 세상’이 아닐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아닐까?

“전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고, 지금 괴로운 사람이 덜 괴로운 상태가 되는 것! 통치자들이 알아서 해 주면 개혁이고, 안 해 주면 혁명이고. 어쨌든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느낄 수 있는 힘이 되느냐가 문제다.

인턴제를 보자. 이건 진짜 문제다. 이건 인턴이 되는 사람도 피곤하고 세금 쓰는 사람도 피곤한데도, 이렇게 하면 잠잠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거지. 기왕 이렇게 할 거면, 숫자를 줄여도 길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돈이 엄청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렇게만 해주면 된다고 알고 있다. 그게 잔인한 거다.

우파 내에서도 (인턴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반발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야 개혁을 하는 법인데,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 뒤에 바로 대졸 초임의 임금을 깎잖아. (대선 공약이었던) 등록금 반값도 할 필요 없다고 볼 거다. 연초에 다 생긴 일이다. 엄청 당한 거다. 노인들이나 지방 몫을 못 빼앗아 가니까 20대들 것을 빼앗아서 채우잖나. 이게 끝이 아니다. 취업 수 줄여야 한다고 나올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그거 충분히 하게 생겼잖아. (웃음)”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아직 은퇴할 준비가 안 돼서 아직은 유보하고 있다고 했는데, 언제쯤 직접 만든 우리밀 소주를 마실 수 있나? 

“소주라, 오래 걸릴 것 같다. 일단 쓰고 있는 책을 제때 제때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그게 한 가지고. 막상 가려고 하면, 농업이 다 어렵다고 오지 말란다. 하여튼 지금 서울에서 이런 식으로 사는 건 정리하려고. 수업 하던 것도 조금씩 줄이고, 한 번에 가긴 가야 하는데, 동의도 없고, 돈도 좀 있어야 하고. 생태 관련 공부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방 경제 얘기하면서 서울에 계속 사는 게 건강한 사고는 아니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와 함께,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책 세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다작하는 비법이 뭐냐.

“밀려 있던 게 많았다. 사실은 더 빨리 써야 했다. 알고 있던 거를 쓰기만 하는 건데, 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1년 동안 슬럼프였다. 정리만 하면 되는 건데도, 안 되더라. 다 이명박 때문이다. (웃음)

난 명랑하고 싶은 사람인데, 이런 시대에 ‘계속 명랑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몸도 아프고, 쓰기도 싫고, 낙향도 못하고. 『유마경』을 보면, 유마힐이라는 사람 이 나오는데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이런 시대에 안 아프면 이상하지. 아픈 사람 되게 많을 것이다. 홧병도 아니고 울화병도 아니고, 짜증 지대로 나는 거지. 신이라도 나면 몸이 안 아플 텐데...”

다음 책도 밀렸을 거 같은데 언제 나오나. 집필 계획은?

“연말 쯤 다음 책이 예정돼 있다. ‘경제대장정’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건데, 『88만원 세대』가 첫 번째, 생태경제학이 두 번째, 응용경제학이 세 번째 시리즈다. 네 번째면 끝나는데. 최근 생태경제학 1,2권에 이어 연말에 3,4권이 나온다. 번외편이 몇 개 더 있는데, 지금 같은 시절이라면, 나도 모르겠다. (웃음)” 


20대를 진단하는 세 가지 방법, ‘쯤, 진, 오스트럼’

이윽고 강연과 토론의 시간. 우박은 세 가지를 얘기하겠단다. ‘~쯤’, ‘진(陳)’, 그리고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럼. 우선, ‘~쯤’은 미완성에 대한 이야기다. 우박이 연세대 공학관 지하의 커피숍에서 우연히 듣고 겪은 일이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니고, 옆에 한 커플이 있었다. 남자가 자신에게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를 여자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연대쯤’ 되고, 공부도 ‘나쯤’하고, 키도 ‘이쯤’이라는데, 내 키만 하고, 패션도 ‘이쯤’, 매너도 ‘이쯤’되니까, 소개팅이 많이 들어온다는 거다. 또 ‘자기쯤’ 되니까, ‘너쯤’되는 애를 만나는 거다, 이러더라. 내가 보니 또라이였다. 그 친구의 지갑을 슬쩍 봤는데, 80만원짜리 지갑이더라. 그지갑이 바로 이 ‘쯤~’을 노리는 마케팅이다.”

그는 바로, 마케팅 사회를 얘기하려는 것. 이 남자를 엔트리(entry)라고 부른다. 30~300만 원짜리를 사는 엔트리를 5년 후엔 1억 원 어치를 사게 하는 것이 패션경영학이나 럭셔리 마케팅의 목표다. 유명 미국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가 그렇다. 특A급은 아니지만, 명품 등으로 덧붙이기만 하면 이 대열에 낄 수 있게 된다고 유혹하는 것.

“대한민국에서 20대를 다룰 때 이 마케팅을 쓴다. 대체적으로 대학생들에게 해당된다. 고려대에서 강연을 해도 ‘고대쯤’, 성균관대를 가도 ‘성대쯤’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20대들에겐 이런 마케팅이 통한다. 미완성들. 하지만 명품을 넣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슬픈 얘기지.” 

이어 진, 즉 포메이션(formation)에 대한 이야기.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하는냐에 대한 것이다.

“우리 20대는 어렸을 때, 혼자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배웠다. 다른 세대는 모두 진을 갖추고 있다. 50대들은 고향 친구들끼리 하는 진이 있고, 30~40대는 술을 함께 마시는 진이 있다. 남자들끼리는 계집질 하면서 부인한테 숨기는 진이 있고, 여성들도 공유하는 게 있다.”

80년대만 해도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구국의 대오니 하면서 진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는 것이 우박의 설명. 그렇다면 지금의 대학생, 즉 20대들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박은 스나이퍼(저격수)라고 말한다. 

“지금 대학생들은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삼성입시를 쏘려는, 나머지는 고시를 준비하는. 그러나 실제 스나이퍼는 혼자 움직이지 않고, 옵서버를 대동하고 작전에 따라 팀 체제로 운영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20대는 고립된 스나이퍼 같다. 옵저버 대신에 엄마가 있지. 책을 준비하면서 보니 고시도 돈이 많이 들더라.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업료 등을 엄마가 잘 충당해 줄수록 좋은 저격수가 되더라.”

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리더와 수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20대들에게 영웅이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강의석과 장기하 두 사람을 물어봤다. 강의석은 20대를 좋아할지 모르나, 대부분 20대는 강의석을 싫어하고, 장기하는 20대들이 좋아하긴 하나, 장기하가 20대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고. 김연아는 국가대변자가 될 수는 있어도, 20대를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그러니까 리더가 없는 상태다. 20대에서도 진이 나올 수 있는데, 물론 40~50대의 진과 같은 수직적인 게 아니다. 20대는 조직이 없는데, 수평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어려운 말로 자기발생적·자기구성적 복잡계라고 하는데, 수평적인 형태에서 진이 출현할 수 있는 방법을 20대가 풀면 한국 사회가 다음 단계로 진행되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20대는 수직적인 리더십에서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전환점에 태어난 거니까, 너무 빠른 거지. 어떻게 보면 남의 별에 잘못 태어난 거다. (웃음) 물론 이민을 얘기하는 건 아니고. 나를 따르라는 방식이 아니고 우리가 같이 해 보자라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오스트럼. 공유재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 성향을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로 나누면 게임이론상 이기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선한 사람은 계속 손해를 보고, 악한 자들만 남아 재화를 낭비하게 된다. 이것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것을 외부의 힘, 즉 법이나 규율로 막자는 것이 홉스의 발상이며, 근대의 출발이라는 것이 우박의 설명.

오스트럼은 홉스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의 이기주의에 대해 한 번은 보복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 공유재를 지킬 수 있는 해법이 나온다는 것이다. 마냥 착하면 안 되고 단 한번! 다만, 작은 집단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만, 국가 단위에서 가능한지는 아직 풀어내지 못했다.

“한국에 이를 적용하면, 마을이다. 20대가 들으면 갑갑해 할 단어지. 40~50대와 달리, 생태적․문화적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20대에겐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없고, 20대끼리 고립돼 있다. 되레 어떤 공간에서는 우정과 환대 대신 악플이 많다. (웃음)

좌파들 세계도 마찬가지다. 반면 오십대 아저씨들의 골프장 회원제 게시판을 가보라. 진짜 끈적끈적하고 따뜻하다. (웃음) 한국의 우파들은 그런 것을 잘 한다. 부패한 사람들에게도 우정과 환대가 있는데, 가난하고 고립된 사람들은 그걸 만들기가 어렵다. 한 20대 소설가에게서 들었는데, 일본에선 20대가 책을 내면 20대들이 책을 사 준다더라.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고립돼 있어서 같이 있을 공간을 못 만든다.”

“샤넬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샤넬이 되어라”

그렇다면, 혁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단어에도 에너지가 있다. 어머니나 사랑, 이런 말은 에너지가 크다. ‘혁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람은, 진짜 인생 더러운 사람들이다. (웃음) 돈 많은 사람은 이 말을 들으면, 갑갑해지지. 이건 좌우 개념은 아니고, 우리가 아는 단어 중 사회적 성격이 강하고 에너지가 강한 말을,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건 레닌이나 스탈린 시절의 혁명, 즉 로자 룩셈부르크가 군사놀이를 하는 철없는 녀석들이라고 표현한 그런 것이 아니고, 문화생산자라는 개념을 생각했다. 20대가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영웅도 힘 있는 영웅말고, ‘문화영웅’이라고 하면 멋있지 않나.”



우박은, 코코 샤넬을 예로 들었다.

“20세기 여성해방에 가장 기여한 사람이 샤넬이다. 코르셋을 벗을 수 있게 만든 사람이 아니냐. 물론 코르셋 없는 속옷을 만든 이는 따로 있지만, 상품으로 팔릴 수 있도록 예쁘게 만든 사람이 샤넬이다. 핸드백에 끈을 달아, 한 손을 풀어준 사람도 샤넬이고.

샤넬은 화도 잘 내고 말도 막 한 사람인데, 살면서 가장 분노했던 사람 중의 하나가 크리스티앙 디오르다. 디오르는 H라인, A라인 등을 만들었는데, 남성의 눈으로 남성이 보기에 괜찮은 옷을 만든 사람이다. 샤넬은 디오르를 향해 반동이라는 말을 썼다. 20대들은 샤넬을 소비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샤넬이 되면 된다. 샤넬은 돈도 잘 벌고 재밌게 살았다. (웃음) 굳이 여성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자들도 문화생산자 역할을 만들 수 있다.”

20대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혁명


우박의 발제에 이어 20대 논객들과 함께 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해 촛불집회 무렵 <100분 토론>(MBC)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던 김지윤 씨는 현재의 20대가 청한 상황을 이야기를 풀었다.

“『88만원 세대』이후, 한국의 20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담론이 풍부해졌다. 20대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른 세대에게 알려주기도 한 한편, ‘우리 삶이 결국은 이렇구나’하는 체념론도 심어줬다. 2007년 대선이후 20대 원죄론이 퍼졌고, 20대의 삶은 이명박 시대에 더욱 힘겨워지지 않았나 싶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사치처럼 되지 않았나 싶다. 대학 1~2학년에 진로를 정하고 스펙을 쌓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시선이 만연해 있다. 이 사회가 꿈꾸기를 유예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이어 왁자지껄하게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대는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고, 젊은 사람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일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아직 유효하다. 함께 짱돌을 들고서 팍팍한 삶을 강요하는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혁명은 왁자지껄하게 해야 한다. 20대와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희망과 혁명을 얘기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노정태 전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편집장은 20대 당사자보다 기성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지금 우리는 겁에 질려 있는 상황이다. 경제위기를 위기라고 강조하고 말로 재생함으로써 위기담론이 20대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20대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사회운동과 조직화 자체가 망가져 있어서이다. 책에서 당사자 운동을 하자며 지역운동과 정당운동을 제안하셨는데, 문제는 그 각각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진영이나 시민단체 진영에서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20대가 아닌 40대의 문제가 아닌가”라며 “20대가 기성세대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보다 기성세대가 20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근거로, 샤넬이 의상혁명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전체적으로 전후질서가 재편되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들었다. “함께 진화하고 함께 변화해야 한다. 20대에게 문제가 있는데, 필요한 것은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유다.”

한윤형 『뉴라이트 사용후기』 저자는 지금 20대들에게 필요한 것을 들었다. “『88만원 세대』가 나온 이후, 개인적으로 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별 진척된 것이 없다. 행동해 보려고 했는데, 다 망가졌다. 왜 안 됐느냐. 일단은 책 자체가 취업컨설턴트가 하는 말이 된 거다. 기성세대도 그렇지만, 우리도 우리를 대변 못하는 거다. 앞선 세대들은 공통된 코드화된 헛소리가 있는데, 우리 이십대는 각자의 헛소릴 한다. 다른 것 아니다. 짱돌과 바리케이트 이야기는 비유고, 20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20대가 가서 사 주자. 그 얘기다. 그런데, 그 얘길 보지 않고 짱돌과 바리케이트만 보는 거다.”

아울러, 자신의 삶에 대한 객관화된 서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20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서사나 레토릭이 필요한데,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 책은 강의실에서 20대 냉소주의자들과 싸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 자체가 시행착오의 기록이고,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났다. 20대가 해야 할 것은 거창한 운동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객관화된 서사가 필요하다. 20대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문화적 콘텐츠로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거기서 해결의 단초가 있다고 본다.”

우박도 이에 덧붙여, 20대 문제를 제기하면서 황당한 오독의 사례를 들었다. “『88만원 세대』를 내고 나서, 제일 황당한 것 두 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잘사는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용돈으로 88만원을 달라고 했다는 거다. 실화다. 둘째는 고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가 한 말인데, 자기 딸이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다는 거다. 오독에 대한 사례다.”

덧붙여, 이번 책에서 거주권 이야기를 더 많이 쓰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지금 많은 20대가 지하나 옥탑방에 산다. 이건 아니다. 잔인하다. 어른들은 큰 집에 살면서 말이다. 출발점은 좌우가 아니라 인도주의와 희망이 돼야 한다. 2년 뒤 선거할 때는 정치운동의 공간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아닌데, 내년 지방선거부터는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혁명한다, 고로 존재한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혁명이 꿈틀댔다. 꼼지락거렸다. 그렇게 조용히. 각자의 마음속,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고, 샤넬을 불렀다. 모르긴 몰라도, 코르셋 따위 훌쩍 벗어던졌을 것이다. 어떤 혁명의 레시피가 오갔는지는 대충 봤을 테고.

원래 ‘꼰대’들은 그렇다. 젊은 세대들을 사육하고 훈육하고 싶어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틀과 울타리에서 20대들을 길들이고자 한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윗세대를 만나는 일, 중요하다.

꼰대가 되는 것을 조금씩이라도 늦추기 위해 늘 떠올리는 이 경구. “나이를 먹는 기술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다.”(앙드레 모루아) 혁명의 수다 현장에서 나는 우박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움츠리고 웅크려 있는 20대들에게, 특히, 대학생들에게, 나는 ‘혁명’이라는 단어의 생동감을 돌려주고 싶다. 아, 걱정 마시라. 혁명하라는 거 아니다. 군사놀이 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혁명가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혁명이 일어난다면, 내가 정말로 혁명의 일원이 된다면 따위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 보는 건 어떠냐고 말하는 것이다.”(p.35)

다시 말하지만, 나는 혁명이 거창하고 거대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아는 어떤 혁명은, 꼰대들에 의해 획일화돼서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조장하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다른 사회를 꿈꾸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것 아닐까.

더 이상 코르셋을 입지 않아도 되고, 가방으로부터 손을 해방시킬 수 있다면, 나는 당신에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나의 영웅.” 나는 그런 혁명적 영웅에게 손수 따른 커피 한 잔을 주고픈 사람이다. 내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겐 혁명을 상상하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커피 한 잔, 상상 한 잔, 드실래요?” 혁명을 꿈꾸는 당신에게 나는 커피 한 잔 건넬 용의가 있다.

“이들은 외롭다. 그 이유도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은 수업이나 책을 통해서 알려 줄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말해 줄 수가 없다. 그건 존재론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경쟁과 평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p.54)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혁명으로 확인하는 것. 나는 혁명한다, 고로 존재한다.

한 블로거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혁명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상상력의 클라이맥스다.” 백만 번 동의하면서, 나는 한 쿠바농민의 이야기도 떠올린다. 왜 체 게바라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는 말했다. “혁명 때문이죠.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 혁명이 자극한 삶의 희열을 당신과 함께 나눌 수 있길. 다시 한 번, 당신에게 건네는 커피 메뉴는 루프리텔캄.

조한혜정 교수가 ‘이 시대의 수다쟁이, 언어의 연금술사’인 우박과 함께 꾸는 꿈, 우정과 환대의 마음으로 모두 함께 꾸는 것도 괜찮겠지?

“나와 우박이 맺은 ‘우정’의 품앗이가 ‘환대’의 두레 마을로 둔갑하는 꿈, 청년들이 맺은 무수한 품앗이와 두레 공동체들이 돈의 순환 체계가 지배하는 사회를 무력화하는 ‘개벽의 새벽’을 상상해 본다. ‘우박과 그 아이들’을 통해 혁명이라는 불씨를 선물 받은 친구들, 그들이 부는 피리 소리를 들은 이들이 함께 춤추는 꿈을 꾼다. 부모가 돈이 없다고 해서 세 탕의 알바를 뛰어야 하고 수업시간에 졸아야 하는 일이 없는 세상, 남자도 여자도 모두 돌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세상,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벌고 사회에 좋은 일도 하는 20대 사회적 기업가들로 세상의 빛깔이 달라져 버린 날을 상상한다. 누림, 멈춤, 마을, 환대 등의 주문을 외우면서, 경쟁과 가시적 성과라는 주술에서 벗어나 정의와 아름다움의 세상을 발견한 이들이 사보타지의 신체를 바꾸어 내면서 새벽을 맞이하는 모습을 꿈꾼다.” (p.17 ‘추천글’ 중에서)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국제주의 입장에서 애국주의를 비판했던,
≪장 크리스토프≫ 작가이자 사상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은,
이탈리아 공산주의 혁명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석방운동을 전개하면서,
다짐이면서 위로인 이 말을 남겼다.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에서 동생 카를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 말을 인용,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적이다
(I'm a pessimistist because of intelligence, but an optimist because of will)"

라고 적어보냈다.

이에 그람시의 영향도 받은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을 던졌다.

맥락은 전혀 다른 말이다만,
나는 이성적 비관을 의지로 낙관하며 버텼으나,
저녁이 오고 밤이 깊으니, 감정적으론 거참 쉽지 않으이.

물론 가을 야큐 얘기다.^^;;
대구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1차전이 귀를 간질이고, 눈을 아프게 한다.
저 곳엔 분명 노떼 자얀츠가 있어야 했는데...

감정적으로 참으로 애달프다.
 허무하고 섭섭하고 허탈하며 아쉽고 맥이 빠지는 이 감정.

아, 나의 가을이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지난해 5월의 강상중 교수. 
좋은, 존경할 만한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자 기쁨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큰 것, 빠른 것, 높은 것을 향한) 희망 같은 건, 그닥 믿지 않는 사람에 가깝지만, 강상중 선생님이 말씀하신 '희망'에는 심장이 슬며시 뛰었다. 둑흔둑흔 쿵쿵.

선생님은 과감히 '폐를 끼치라'고 말한다.
 
얼마 전에도 언급했지만,
"남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보다는,
"너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고 있으니, 남들도 용서하거라"가 낫다.
지구별에 발 딛고 있는 한, 어떻게든 폐 안 끼치고 살 방법 따윈 없어! 흥.

서로가 힘들 때 지탱하기 위해서는 상호 폐를 끼쳐야 한다. 
그것이 사회이며, 희망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이 아닌,
사회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가르침.  

그리고,
강 선생님도, 김종철 선생님도, 윤구병 선생님 등등이 말씀하셨듯,
농어업, 도시가 아닌 농어촌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희망.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뻔뻔하게 세상과 마주치는 담대함.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부디.

아래, 그런 강상중 선생님을 알현하고 기고한 기록. ^^

===========

희망은 공동의 것이고, 공적인 것, 이를 위해 고민할 것
강상중 도쿄대 교수 강연 ‘고민의 시대를 건너는 법’


온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익숙한 노래가사. 그래, 어린이날이니까. 마땅히 즐겁고 신나야 할 그런 날. 그런데 그날 ‘고민’을 품은 강연이 열렸다.

고민? 아니, 이 좋은, 좋아야 할 날, 생뚱맞게 뭔 고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법도 하다만, 정작 나는 아이들이 걱정이 됐다. 고민이 됐다. 지금-여기의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때문에. 아이들에게 빌린 세상인데, 이렇게 쑤셔놨으니. 지금은 말하자면, 그렇다. 어린이날에도 고민이 필요한, 고민의 시대. 하긴 고민 없는 시대가 있었겠느냐마는.

『고민하는 힘』의 저자 도쿄대 강상중 교수 강연회가 지난 5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렸다. 강연 주제는 ‘고민의 시대를 건너는 법’.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를 비롯, ‘고민하는 힘’을, ‘고민의 시대를 건너는 법’을 체득하기 위한 사람들의 열기가 강당을 메웠다.


다시, 어머니를 생각하다

재일동포로서 살아온 가족사부터 꺼낸 강 교수는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무침을 토로했다. 많은 재일동포가 '어머니 콤플렉스'를 갖고 있단다. 그가 자랄 당시, 재일동포 남자들 대부분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해 여자들이 가족을 이끌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그런 애틋함이 뒤범벅된 채, 강 교수는 지금에야 어머니를 ‘여성’으로서 생각하게 됐다.

“어머니로서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행복했을까를 생각한다. 1941년, 16살에 일본에 건너오신 어머니는 80살로 돌아가실 때까지 일본에서 사셨다. (에릭) 홉스봄이 극단의 세기로 규정한 20세기를 사신 것이다. 그런 극단의 세기를 사셨지만, 연세를 드시면서 어머니가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어머니는 문자로 소통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글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강 교수는 한 번씩 상상을 한다. 문자를 모르는 채로 사는 세상을.

“사람은 기억하는 동시에 망각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했고, 기억하기 위해 문자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망각하는 게 불가능하셨다. 문자를 몰라서 모든 것을 기억하셨고,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셨다. 지금 생각하면 반노이로제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머니는 어떤 사건이나 사안이 일어난 몇일까지를 정확히 기억하셨다.”


강 교수는 그런 어머니가 지녔을법한 노이로제의 근간을 불안으로 해석했다. 강 교수 앞의 아이를 한 명 잃었기 때문에 생기는. 그 때문에 매년 무당을 불러 굿을 할 정도로 어머니는 샤머니즘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이 카타르시스(정화)작용을 했을 거라고 봤다. 시대적, 사회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완전하게 노이로제에 빠지지 않은 것이 그런 전통을 통해 자신을 치유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 “어머니는 고민의 바다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줄어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p.15)

그는 또 자연의 시간, 음력의 시간에 맞춰 생태적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삶에 대해 경배했다. “어머니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이건 ‘아직도 넌 어린애’라는 생각을 담아 놀리신 것. 지식은 있는데 지혜는 없음을 지적하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옳은 말씀이다. 그렇게 재일동포 1세들은 전통이나 자연에 연결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책에 나온 이말. “괴테의 『파우스트』에 ‘악마는 늙은이다. 따라서 늙은이가 되지 않으면 악마의 말을 알 수 없어’라는 말이 나오는데 매우 의미가 깊은 말입니다. 젊은이의 얕은 지혜는 노인의 성숙한 지혜를 넘어설 수 없겠지요.”(p.66)

스스로 목숨 끊는 사회

강 교수는 곧, 지금의 시대를 꺼낸다. 어머니의 전통적, 생태적 시간과 격리된. 그리고 화두를 던진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요.” 최근 잇따라 듣고 되고야 마는 어떤 우울한 소식들이 떠올랐다. 20대와 30대 사망원인 가운데 1위라는 그것. 불명예스럽게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1~2위를 다투는)이라는 자살률. 스스로 죽음과 대면하고자 하는 순간에서도 혼자임을 견딜 수 없어서인지, ‘동반’을 택한 어떤 사람들. 채무자를 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드는 어떤 작자들. 이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분명하건데, 이건 스스로 ‘자(自)’를 쓴다고 개인의 문제로 국한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미 사회문제다. 강 교수는 분명히 지적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올 들어 3월 현재 40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0만 명 중 스물 몇 명이 목숨을 끊는다고 봤다. 일본에서도 이것은 중요한 사회문제다. 지난 1998년 이후 급격히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매년 3만 수 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10년 새 30만 명이 죽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면 어느 도시인지 생각해 보라. 굉장히 큰 숫자다. 또 이 숫자의 열배 이상이 미수나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아닐까.”


문제 제기다.
지금 시대가 예전 시대보다 편하고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정녕 그런가.

“어머니의 시대는 힘들고 불안하고 노이로제가 심한 시대였지만, 전통의 힘을 빌어 살아나갈 힘을 스스로 복원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카운슬링이나 상담 같은 것을 받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이 노이로제에 걸리면 많은 약을 복용하도록 처방한다. <자살과 우울증>이라는 일본의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많은 약을 복용하면서 상태가 악화된 사례를 수도 없이 봤다. 제약회사, 의사, 약국 등의 이해공동체가 만들어 낸 것이다.”


아니, 이상하지 않은가. 정이 많은 사회라고 일컬어지던 한국이나 일본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높다니.

“자살 원인을 보면 물론 가장 큰 것이 경제적 요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즉, 희망이라는 말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그랬다. 일본에는 모든 것이 있는데 단 하나 없는 것이, 희망이라고. 오죽하면 도쿄대에 ‘희망학과’가 생겼겠나.

사실 어떤 학문이든 전제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 봐라. 경제학은 금융공학 등 탐욕을 확장하고, 정치학은 파워게임의 논리를 제공하는 학문이 됐다. 누구도 희망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다시 어머니의 시대. 행복과 희망의 엇갈림. “어머니의 시대는 괴롭고 어려운 일 많았지만 희망을 갖고 있었다. 행복하지 않아도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행복해도 희망 없는 경우가 아닐까. 돈도 있고 가족도 단란하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가서 행복하다. 그런데 희망이 없다. 한국에 처음 왔던 1970년대는 한국 사회는 어두운 암흑이었다. 그래도 한국 사회에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희망이 있다면, 젊은 사람들은 왜 자살하겠는가. 경제적 요인도 크겠지만, 그게 분명 다는 아니다.”

책도 그렇게 묻고 있었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한편에 빈 공간. 시장경제의 탈을 쓰고 맹목적으로 휘둘렀던 신자유주의 검투사가 불러온 어떤 지옥도.

“자유가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행복을 느끼고 맛보며 살고 있습니까? 만족감과 안도감을 맛보고 있습니까? 근래에 행복지수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오히려 늘 여유가 없이 서두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또한 건조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는 공동체가 지닌 목가적 연결이 해체되고 있는 시장경제를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을 빌려 ‘악마의 맷돌’이라고 불렀습니다.”(p.17)


희망은 개인을 넘어 사회의 것으로

강 교수가 이번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 “행복은 사적인 것이지만, 희망은 다 함께 나눠 갖는 것임을 말하고 싶었다.” 어머니 시대가 가진 전통이 사라지고, 시장경제라는 틀에 의해 인간 사이의 유대 관계가 산산조각 난 지금에 필요한 것.

“한국은 일본 이상으로 아주 짧은 시기에 앞만 보고 달려 왔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세계 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회생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최근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한국에서도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 한일은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이런 면에서는 비슷한 문제를 껴안고 있다.

일본은 최근 한 NPO단체 등을 통해 자살이 사회문제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라.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10~20명 주변에서 슬픔을 느낀다. 최근 10년동안 일본서 30만명이 그랬다고 생각하면 600만명 이상이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통계가 정확하게 나와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런 일이 있어도, 세상에 대놓고 얘기 못하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 일본도 비정규직 고용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억2000만 인구 가운데 1할 가량이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비정규직이란다. 그들은 맥도날드나 PC방에서 잠을 잔다. 결국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우리는 더 심하지 않은가. 일본은 1할이라지만, 우리는 노동인구의 3~4할 이상이 비정규직이 아닌가 싶은데. 그것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고. 강 교수는 이런 지적을 한다. “글로벌리즘 하에서 노동력은 쓰고 버리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가? 당신의 몸뚱아리는 온전히 당신의 것인가. 노동자로서 존엄성을 획득하고 있는가.

“최근 일본에서는 맑스주의 책이 선전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자본론』이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지금과 같은 빈곤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우리 세대로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의 프리터들은 이런 말들을 한다. “우리의 미래는 홈리스다.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이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러니로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불안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도쿄의 중심가 아키하바라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살인이 있었단다. 범인은 비정규 고용직의 젊은이였다.

“나는 이것을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1940년 이전이라면 이것은 테러나 다름없다. 왜 이렇게 젊은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회가 됐는지 모르겠다. 이 책도 젊은이들이 많이 읽어주길 바랐다. 나는 내년이면 환갑이다. 지금까지는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젊은이들을 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젊은이들이 30년 뒤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한일 양국이 서로 비슷한 면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점은 이런 것이다. “일본은 사회운동이 거의 없다. 한국은 지금 촛불시위가 1주년이 됐다. 이 풀뿌리 운동은 정말 획기적인 것이다. 참가한 사람들은 자기 생활이 힘들어도 거기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 일본은 지금 촛불시위를 할만한 젊은이를 찾기가 힘들다. 행복은 개별적으로 찾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희망은 찾을 수가 없다. 희망은 공동의 것이고, 공적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뭐?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는 사회적 연대!

지금 세계경제는 왜 붕괴하게 됐을까. 그 숱한 경제이론과 경제학은 뭘하고 있었단 말인가.

“경제학은 의식주 생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삶과 연관된 기본에 대한 이야기”(『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이며, “경제학의 목표가 많은 사람을 좀더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면, 먼저 가난한 이들을 보고 마음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수)가 아닌가 말이다.

강 교수는 역시 희망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아담 스미스가 경제학을 정립할 때는 희망을 항상 생각했다. 도덕적 신뢰와 공감이 시장경제를 지탱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CEO가 퇴직하면서 수억의 퇴직금을 챙겨 나오는 지금의 자본주의에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신뢰를 강조한다.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
“현재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불신의 소굴처럼 됐다. 한일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랑이 서로를 지탱해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신문에서 ‘이왕 죽을 거면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말고 죽자’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지금 이 시대가 그렇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지 못한다. 오죽하면 신문에 이런 칼럼이 나오겠는가.

사회는 우리가 폐를 끼쳐야 한다. 서로가 힘들 때 지탱해주는 것이 사회다. 어머니가 (그 엄혹한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는 사회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희망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회를 강하게 만들고 성실하게 살아갈 때 희망이 만들어진다.”


그랬다. 우리의 좌절은, 우리의 절망은 그런 것에 기인하고 있었다. 가난을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의 능력과 노력, 선택의 문제로 보거나 성장하면 가난이 절로 해결된다고 믿는 지도자의 철학적 곤궁함 때문이었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환원하는 사회적 무책임함. 마가렛 대처의 취임연설을 떠올려보라. “사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개인뿐이다.” 결국 그것이 신자유주의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키운 뻘짓이 아니었을까.

강 교수가 롤모델로 삼았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자본에 대한 이런 태도. “그들은 돈과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p.60) 그리고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너무 평범할까요?”(p.62)

또 뭐? 여태까지와는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

그렇다면 현 정권에서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강 교수는 고개를 흔든다. 종전 북한의 6자 회담 참가를 정확하게 예언했던 그였다! “내 판단으로는 이 정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지금 정부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무엇이 희망을 가져올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2003년 찾아간 아르헨티나에서 찾은 어떤 희망을 단초를 말해준다. 2000년대 들어 아르헨티나는 경제파탄에 맞닥뜨렸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지만 희망이 보였다고 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지역운동가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는데, 그는 인간이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로컬)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희망은 크지 않아도 좋고, 첨단이 아니어도 좋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줄 수 있도록 중규모 기술로 생활 속에서 가능한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로벌화는 거대한 세탁기다. 한가운데 있는 이는 완벽하게 무풍지대다. 그러나 바깥에 있는 사람은 거대한 힘을 휩쓸리게 된다.”

문득 생각이 났다. ‘와이퍼’ 특허권 소송에서 거대 자동차 회사 포드를 이긴 발명가이자 교수인 로버트 컨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플래시 오브 지니어스(Flash of Genius, 2008)>에서 나온 이말. “이젠 우리는 성품도 바꿔야 해.” 정말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참에. 그리하여, ‘소수의 탐욕에 봉사하는 경제가 아니라, 다수의 생계를 안정시키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풍요로움과 발전을 추구하며 끝없이 앞으로 앞으로 돌진해 온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지탱해 온 가치나 삶의 방식에 대해 그 뿌리에서부터 반성을 해야 하는 내적 반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고민하고’ 그래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기를 기원합니다.”(p.9)

또한 완전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강 교수의 이런 이야기.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사람과 88만원 세대를 어찌 한 국민이라고 할 수 있나.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에게 88만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은 외계인이다.”

빙고. 진즉부터 나는 그랬다. 이건희 씨와 내가 한 민족, 한 국민으로 엮일 이유나 까닭 따윈 없다. 한 나라 국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와 한 국민으로 묶이는 것도 짜증나고 억울한 일이었다. 이건희씨와 나는 안드로메다와 지구 사이랄까. “하나의 국민은 이제 픽션이 됐다. 하나의 국민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한 국가 안에 2~3개의 국민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민하는 힘이 희망을 만든다”

“고민하는 힘은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수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머니는 인간은 고민의 바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늘 고민하셨다. 나는 그 고민이 고민으로 끝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을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지금은 자신의 힘만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에 휘둘리는 시대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의 의해 자신의 인생이 흐트러진다. 그것이 노이로제다.

그렇기에 ‘큰 것, 빠른 것, 높은 것이 좋은 것이다’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가족 간에 대화도 없고 차가운 냉기만 도는데 연수입이 1000만엔을 버는 사람과 부부간에 따뜻한 정이 흐르고 단란한 가정에 연수입이 200만엔인 사람 가운데, 누가 행복하겠나. 누가 희망이 있겠나. 그런 가치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가 겪는 괴로움의 근본이다.” 

강 교수는 그렇게 고민할 것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가치관이 아닌, ‘대박’에 쫓기는 사회가 됐기 때문에 우리가 겪고 마는 절망의 한 단면을. 그리고 점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실을. 정부는 그야말로 ‘실격정부’가 아니고 뭔가. 방조죄 정도로는 약하다. 교사죄, 유도죄, 이런 죄명이 필요하다.

“나는 65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그 이후의 희망은 농어업이다. 아, 그리고 오토바이 한 대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맞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싶다고 했다. 아니, 늙어서 노망? 천만에, 늙어서 희망! “그것은 ‘뻔뻔함’입니다. 개조한 오토바이 스타일인 할리 데이비슨에는 단정한 예의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몸체에 앉아 있으면 뻔뻔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좋은 것이지요.”(p.167)
  

그는 역시 고민의 화두를 던진다. “새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본 사회에 던진 이 말은 결국,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조금 나쁜 아버지’ 따위는 이제 그만둡시다. 젊은 사람들은 더 크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 뻔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새로운 파괴력이 없으면 지금의 일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p.170)

이젠 우리가 고민하고, 뻔뻔하게 역습을 가할 때다. 이젠 구닥다리가 된 신자유주의는 시궁창에 처박아버리고, 찰떡지게 연대할 때다.

그리고선, 이 말이 맞물렸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의 마지막 대사. “생각을 해야겠다.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죽지 않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생각을 고민으로 바꿔도 무방하겠다. 어쩌면, 그것만이 개념을 탑재하지 않은 시대를 돌파하는 법. 고민의 시대를 건너는 법.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나의 가을이 끝났다.
9월29일부터 시작된다고 온 동네방네 오두방정 떨었던 나의 가을. 님의 부드런 고운 미소 가득한 가을이 오면? 개뿔. 지랄 옆차기. 10월5일, 나의 가을은 외마디 비명만 남기고 끝났다.

짧은 가을의 끝.
노떼 자얀츠는 끝내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했던 2연승. 마취제이자, 모르핀이었다. 그만 흠뻑 취했다. 나의 가을이 충분히 길어질 것이라고 예단했다. 18년, 내 묵은 한(恨)을 풀어줄 절호의 가을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긴 겨울의 시작.

10월5일, 올 가을이 끝난 이날, 승리와 함께 축배를 들고 싶었다. 
딱 3년 전, 강남역 실내포장마차에서 내 커피가 시작된 날이었다. 나는 커피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친구와 결의를 했다. 그때, '착한커피'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친구는 나가 떨어졌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나는 커피와 함께 생을 버티고 견디고 있다. 삶의 미각에 묻은 커피향이, 생의 한 자락에 위치한 떨떠름함에 압도당하지 않고 있다. 어설픈 먹물로 생을 도배질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하튼, 오늘은 그런 날이었단 말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을 만난 것도 행운이 될 거라고 착각했다.

그래, 울었다.
이미 기울어진 승부, 포기했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것을 확인했을 때, 나는 마지막 가을의 밤하늘 한 번 쳐다보면서 눈물 한 방울 또르르르 떨어트렸다. 아는 형의 슬픈 예감이 맞았다. 비련의 주인공. 그래, 깨끗이 인정한다. 뚱산, 아니 두산은 강했고,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집중력이 돋보였다. 준플레이오프다운 다섯 차례의 승부. 내 사랑, 노떼를 즈려밟고 올라갔지만, 나는 두산이 올 가을을 차지했으면 좋겠다. 노떼도 올 한해 고마웠다. 당신들 때문에 웃고 환호작약했으며 광란했다. 또한 애닳고 똥줄 탔으며 광분했다. 고맙다.

아 쒸, 신발!
이 가을 애가(哀歌)는 어쩔 수가 없다. 겨울이는 좀 더 버티다가 와야했다. 가을 애가가 아닌, 가을 찬가(燦歌)를 부른 뒤, 겨울 방가(芳歌)로 매끄럽게 이어져야 했다.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 가 아니다. Cry Baby, 다. 어제(10월4일) 40주기를 맞이한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다. 
 분노․저항․자유의 이름, 재니스 조플린 (Janis Joplin)
 



굿바이, 나의 가을아...
마침 내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는구나. 거참, 겨울하곤...

이제, 이 긴 겨울과 어깨동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을 감싸줄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바로 당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스윙보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70)
식품 정의(페어 푸드) (2)
또 다른 미디어 (19)
이야기가 있는 풍경 (10)
미디어 소믈리에 (11)
놀아라, 직딩아~ (31)
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225)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46)
돼지털 싱글스토리 (78)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43)
프로이트와는무관한불친절한.. (4)

달력

«   2010/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get rsstistory!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