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서 급작스레 다녀온 '공주'. 공주 알현을 위해서 간 것은 아니공.^^;
사고는 느닷 없이 다가온, 예기치 않게 다가오기 마련. 모 큰 사고는 아니고.
벌에 쏘였다. 벌침에 맞았다. 벌이 내 다리를 쐈다. 정확히 벌인지는 모른다.
길을 걷다 갑자기 무릎 뒤쪽이 갑자기 따끔. 윽, 한방 맞았다, 싶었다.
처음엔 개미가 올라와서 물었나, 했다.
곧 다시 두 방이 더. 이번엔 무릎 앞쪽. 따끔따금. 이게 뭐다냐. 으잉! 아욱~
가만 있을 수가 없잖아.
바지를 걷어 올렸다. 뭔가가 날아 오른다. 정확히 확인은 못했다.
날개 달린 개미일지도. 아니면 신종 버그?
보아하니, 한 방 먹은 곳들이 퉁퉁 불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욱씬따끔.
시골길이라 보건소를 찾았다. 마을회관 근처에 있단다.
벌에 물린 것 같다고 말하며, 상처 부위를 보이자,
보건소 계신 분이 대뜸 말하신다.
"벌을 타지 않으시는가 봐요"
으잉? 벌을 탄다? 처음 듣는 말.
"벌을 탄다는 게 무슨 말이죠?"
"아, 예민한 분들은 벌침에 쏘여서 15분 내에 즉사하는 분도 계세요." 허걱.
"연간 뱀에 물린 것보다 벌에 쏘여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아시죠?"
아뇨. 제가 알 도리가 있나요.
순간 서늘해졌다.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는 건가.
거의 백만 년 만의 일인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초등학교 시절이었나.
벌침에 쏘여 퉁퉁 부은 상처를 부여잡고 울었던 일.
이후 벌과 인연은 그닥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약도 하루치를 먹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죽음'이라는 말 앞에 갑자기 오그라들었다.
역시 소심한 나. 얼른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다.
비로소 안심이 되는 이 나약한 인간상.ㅋㅋ
보건소 문을 열고 나오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벌이라고 가정하자.
벌은 누군가를 시해하기 위해, 해치기 위해 침을 쏘아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로서도 공격보다는 아마 '수비'에 가깝지 않았을까.
내가 그를 해한 것은 없지만, 본의 아니게 우리 둘은 얽힌 것이다.
누군가는 그의 침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벌을 '타지' 않는 누군가는 삶을 계속 영위한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벌침 하나로 세계는 갈라진다.
옛날에 듣기론, 벌도 침을 쏘면 생을 마감한다던데,
침을 쏘는 행위는 그러니까,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행위인 걸까.
나는 살았다, 며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살아 있음에 감사한 어느 날.
지금, 퉁퉁 부어올랐던 내 살은 가라앉았다.
그 벌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못내 궁금해지는 밤.
벌, 작다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당신과 내 삶을 좌우하도록 만들 수 있다.
눈물 훔치게 만들었던 '마이 걸(My Girl)'이 떠오른다. 벌이 갈라놓은 어떤 사랑.
(어리다고, 작다고, '사랑'이 아니라고 재단하지 말지어다~)
아마 노래 들으면, '아~ 이 노래'하고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손발이 꽁꽁 오그라들며, 짜릿하고, 알싸한 이 키스!!! 아흑.
기억하시는가. 기억한다면, 나랑 키스를 나눌 자격이 있도다. 우하하. 흠.
(아, 돌 던지지 말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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